전체 글2224 2월 4일 오전 5시 51분* 외 6편 - 이신율리 (아르코 창작 기금 발표 지원 선정작) 2월 4일 오전 5시 51분* 듣기 평가 중 왼쪽 귀를 향해 사라지거나 멀리 있는 귀를 향해 소리가 소리를 지나치는 미칠 수 없어 차분해지는 계절 을 빌리고 싶다 악센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환절기는 싸락눈을 몰고 왔다 포플러 이파리가 발등을 쓸고 갔다 후드티를 입고 새 학기 마스크를 썼다 주머니에 현기증 나는 단어들을 찔러 넣고 나비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앞뒤 없이 듣기 평가는 계속되었다 일상을 일생으로 듣자 스피커에선 비발디의 여름이 출렁 마우스를 클릭했다 쉬는 시간엔 귀가 열리는 까닭을 모르고 이월과 이월 사이에서 벨이 울렸다 검색창에 평형이라고 쓰자 기억술과 초록 혈관이 떴다 이 조합은 무엇일까 사라진 왼쪽이 궁금했다 쉬지 않고 쉬는 시간은 끝이 났다 .. 2023. 3. 17. 대만 친구가 느닷없이 내게 신청한 대만 여행 2박 3일 나는 만사를 제치고 그러자고 떠난 여행길 이틀 밤을 사는 얘기에 서로 추임새를 넣느라 날밤을 새고 꽃피는 봄날을 걸어 꼭 이뤄지리라 천등을 날리고 빛깔 고운 만두를 먹고 마음 푸른 다리를 건너 고수 듬뿍 넣은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깔깔댄 기억에 오래 남을시간을 만들어준 친구가 있어 감사한 봄날이다. 2023년 3월 8일~ 10일 2023. 3. 11. 화요일에도 별을 굽나요 - 이신율리 화요일에도 별을 굽나요 물방울 자세 도라지꽃이 있는 힘을 다해 하늘을 터트리면 몸 안의 푸른 물고기가 뛰쳐나와요 손깍지를 끼고 속눈썹으로 부르는 노래는 글썽해지지 않아요 악보 없는 노래는 쓰면서 달고 너무 달아서 쓰다고 소태나무 아래 오래오래 서 있어요 꽃밭 귀퉁이에 도라지 타령 한 자락을 풀어놓았죠 그럴 때 살아 있는 노래가 마디마디 일어서 뒤꿈치가 바삭해지고요 가끔 헌혈 후 받은 영화표 한 장처럼 귀를 생략하기도 합니다만 집중하는 간격과 간격 사이에서 징이 울려요 뒤통수가 무성해지는 화요일은 십 년이 넘은 종합 선물 세트죠 잘못 그린 그림 속으로 물방울 같은 발을 내디디면 별을 굽는 보라의 나라에 닿을 수 있어요 노래는 일곱 번 바람 끝을 돌아온 새카만 풀씨였다죠 풀씨 저 혼자 손톱 밑이 까매질 .. 2023. 3. 3. 의안대군 묘 의안대군 묘, 완천군 묘, 학천군 묘, 익천군 묘 -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로 의안대군 조선 태조의 동생 태조의 막내아들인 의안대군과 한자만 다르지 발음은 같아서 혼돈이 올 수 있다. 태조의 동생은 이름이 이화, 태조의 막내 아들은 이방석 이방석은 제1차 왕자의 난 16세에 처형되었고 이화는 이방원을 도와 서자에서 의안대군으로 봉해졌고 영의정의 자리까지 올라 60세에 죽었으니 며칠 전 갔다가 길을 잘못 들어 못 가고 오늘 다시 갔다 이곳엔 의안대군의 아들 완천군, 학천군, 익천군의 묘 4기가 있다 석물들의 표정이 예전 왕릉에서 본 것과는 다른 것들이 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나, 무인석이 둘 인 점, (아마도 의안대군이 무인이었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묘에 띠를 두른 점들 말석상은 총을 맞았는지.. 2023. 2. 22. 산음휴양림 작년 고양이가 여전히 반기고 아직 산속은 겨울인가 이월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것 같다. 빈 산도 좋구나 3시간이 다 되도록 걸었다. 쉬자고 갔어도 온전한 쉼은 아니었고 2023년 2월 15일~17일 2023. 2. 17. 5분 간 정차합니다 - 이신율리 5분 간 정차합니다 - 이신율리 화분 속에서 민들레가 쑥쑥 올라와요 발등은 부어있고 솜사탕 목걸일 걸었어요 드레스와 립스틱이 문제네요 햇빛 쪽으로만 가는 청량리 행 전철이 동해바다로 가는 무궁화 열차를 보내기 위해 5분 정차합니다 그 시간은 동해바다를 위한 묵념 같기도 한데요 5분 침묵 속에 소란이 끼어들 수 있어요 귓구멍에서 이어폰이 자꾸 빠져 흘러간 노래가 흘러가지 못 한다면 기우뚱 웃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춘 동작의 생각까지 멈춰야 해요 5분을 사전처럼 펼쳐 놓고 스물일곱 번째 행 무궁화 꽃술 사이에 나를 끼워 넣어요 낱말 사이에서 점점 색이 짙어져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모르는 단어처럼 먼저 화를 내는 쪽이 유리한가요 나무 밑둥을 탕탕 쳐봐요 그럼 포도가 열릴 수 있으니까 무릎 사이에.. 2023. 2. 3. 천마 상고대 창문 열고 천마산 꼬리의 상고대를 보려니 얼어붙어 안 열리네 칠 층에서 내려갔지 큰길까지 이런 아파트에 걸려 안 보이네 다시 옆 산으로 올라갔네 나무에 가려 안 보이네 나무는 또 언제 이렇게 키가 자랐나 더 옆으로 옆으로 나무를 피해 집을 피해서 고양이 몇 마리가 도망치네 그들의 아지트였네 지들 밥그릇을 엎으면서 도망치네 이리와 괜찮아, 검은고양이 얼룩고양이 치즈고양이 다 도망치네 나는 산길에 난 수로속에 빠지면서 나오면서 겨우 찾아냈네 언 손으로 눈앞의 풍경에 폰을 들이대면서 웃었네 고양이가 도망가다 다시 돌아오네 2023. 1. 18.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 이신율리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 이신율리 당근 빛 흙길을 달려요 말지나 방울 소리 나는 웃음은 훈장 환승은 막 구워낸 모래바람처럼 씀바귀 눈빛은 무시해요 서로가 다른 곳을 보는 가족사진을 지나 아무거나 잘 자라는 생태공원을 지나 냉장고를 파먹는 함바집 사람들을 위해 파프리카 콩나물 피망 꽃빵 매워라 거기, 자리 좀 앉아주세요 쿠션 없는 발목이 시큰거려 방울이 떨어져요 다시마숲에 앉아 피가 나도록 어디를 긁어야 아프지 않을까요 뼈에 좋은 글루코사민 광고 중이에요 세례명 말지나, 말 타고 뛰어다닌 지 오래 거미줄 치지 않는 거미를 들여다보는 휴식 같은 보조 열쇠는 어디에도 없어요 벚꽃 엔딩 컬러링 어서 오세요 몸살에 마침표를 찍으면 봄이 오나요 먹구름과 꽃무늬 원피스를 구별하진 않아요 살아날 것 .. 2023. 1. 11. 모운동* - 이신율리 『문학의 오늘』 2022년 가을호 모운동* 기울어진 곳에 구름을 채운다 붉어지는 쪽으로 벼랑은 자란다 삭도가 길을 찢을 때마다 하늘에 그림자가 지천이다 머물 수 없는 사람들이 더는 늙을 수 없어 구름을 만드는 모운동募雲洞 별을 캐는 바다를 끌어올리고 감자 꽃은 달빛이 피우는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카나리아를 따라 탄광 안으로 들어갔다 새카만 개가 빳빳한 지폐를 물고 섰다 눈에 불을 켜고 극장과 우체국을 부른다 편지를 부치던 얼굴이 벽화 속 으로 들어온다 축제가 시작되고 필름이 느리게 돌아온 다 옥수수 밭 사이로 기차가 온다 양귀비꽃 붉던 자리에 산국 향이 나는 별을 꿀꺽 삼키고 새벽에 기차는 온다 거울 속 너머 잃어버린 얼굴이 나를 보고 있다 닫힌 갱도에서 겹겹이 구름을 열고 영화를 보고 화전을 굽던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감자 꽃.. 2023. 1. 5. 이전 1 2 3 4 ··· 2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