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짐을 풀어놓으니
꼭 전쟁 일어난 듯
이삿짐 싸는 듯
귀신 나올 듯
깨질 수 있는 그릇은 미리 실어다 놨다
이사 온 집은 수납이 션찮아서 걱정
비타 500도 한 자리
부엌 한쪽에 결국은
책꽂이가 수납장
막 쓰기 편하긴 할 것 같다.
책꽂인 다시 툭탁툭탁
방 한쪽엔 상이 올라붙고
구족반 두개는 이사오면서
큰아들, 작은아들 선물했다
이제 소반은 만들지 않을것이니
그래도 아직 많다 ㅋ
이렇게 텅 빈 공간이 좋은데
짐을 줄여야겠다
얼마나 긴 세월을 산다고
몇 백년 살아도 남을 짐을 끼고 살다니
이사오는 날
이사 가고 싶은 건 또 뭔지
사는게 참 바람같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호두꽃이 지고 호두가 자라는 것처럼 빠르게
너무 힘이 들면
힘들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인생은 이래저래 배우고 또 배우고
잃어버리는 기억이 필요하단 것도 알겠다.
비우고 살아야지 비워야지
2017년 2월 23일 이사 후 5일 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