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비야, 나야/살구

이사하는 날

by 이신율리 2017. 2. 23.




거실에 짐을 풀어놓으니

꼭 전쟁 일어난 듯

이삿짐 싸는 듯

귀신 나올 듯





깨질 수 있는 그릇은 미리 실어다 놨다

이사 온 집은 수납이 션찮아서 걱정

 비타 500도 한 자리


 



부엌 한쪽에 결국은

책꽂이가 수납장

막 쓰기 편하긴 할 것 같다.

책꽂인 다시 툭탁툭탁





방 한쪽엔 상이 올라붙고

구족반 두개는 이사오면서

큰아들, 작은아들 선물했다

이제 소반은 만들지 않을것이니

그래도 아직 많다 ㅋ





이렇게 텅 빈 공간이 좋은데

짐을 줄여야겠다

얼마나 긴 세월을 산다고

몇 백년 살아도 남을 짐을 끼고 살다니


이사오는 날

이사 가고 싶은 건 또 뭔지

사는게 참 바람같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호두꽃이 지고 호두가 자라는 것처럼 빠르게

너무 힘이 들면

힘들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인생은 이래저래 배우고 또 배우고

잃어버리는 기억이 필요하단 것도 알겠다.

비우고 살아야지 비워야지



2017년 2월 23일  이사 후 5일 째



'나비야, 나야 > 살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뭘까?  (0) 2017.03.29
작은 것으로  (0) 2017.03.07
저녁 풍경  (0) 2017.02.02
설날  (0) 2017.01.26
1번 출구  (0) 201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