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나야/살구
감기
이신율리
2009. 1. 4. 00:30
감기가 나와 친하잰다
내 생일 때 졸졸거리던 감기를 한웅큼 알약으로 날려버렸더니
어제 통통거리는 살때문에 뒷동산을 한바퀴 돌았더니 다시 '안녕 하세요'한다
난 감기에 걸리면 다섯살 아이처럼 순해진다
야무진 면은 한군데두 남아 있지 않고
꼭 멍순이처럼 갸우뚱거리며 배란다 꽃만 쳐다본다
기침하면 젖냄새가 가득하고
눈만 감으면 북두칠성이 동쪽에서도 뜬다
사방 여기저기서 이승철 콘서트 레이져쇼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어릴적 최고의 과자는 '크라운 산도'였다
지금도 씩씩하게 세련된 포장으로 가끔씩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내가 여덟살 때 쯤이던가..
동생이 아프면 엄마는 동생 머리 맡에 꼭 산도를 사다 놓으셨다
난 그 과자가 맛나서 꾀병을 부린적이 있다
산도를 다 먹고 나니 누워 있기가 얼마나 답답했던지 꾀병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 산도를 이밤에 아들을 시켜서 사다 아구작거렸다 진짜루 아푸니까..
추억은 순한 겨울밤에 더 정스럽게 다가온다.
2009년 1월 4일 살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