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가을맞이 축령산

이신율리 2012. 9. 20. 09:25

 

 

 

 

 

 

 

 

 

 

 

 

 

 

 

 

 

느닷없이 점심때가 다 되어서 출발한 축령산

가다가 수동 한우 직판장에서 등심과 갈빗살을 샀다

데크가 휴무인 화요일 공짜로 잣나무 숲에 자리 펴고

점심이 아직 이르다고 내 계곡으로 달려가는 길에

청솔모 인사차 잣하나 떨꾼 걸 냅다 가로채서 갖고선 ㅎㅎ

계곡으로 내려서니

어제까지 비내린 태풍 끝이라

물내리는 소리가 어디나 청년이다

이렇게 물이 많은건 5년만에 첨이네

바위에 걸터앉아  폰으로 눈 맞추면서 사진을 찍고

배 고프다고 올라와서

고기 690g을 둘이서 다 먹어치웠다

김치가 그립고 마늘 양파도

히히~~ 짱구를 반찬삼아 쩝쩝~~

잔뜩먹고서 누우니

8월 그 바람이 아니구나

하기사 이렇게 늦은날 잣나무 숲에 누워보긴 첨이네

돗자리를 덮어쓰고서 바람과 씨름하다 벌떡 일어나

미끄덩 버섯과 못생긴 천남성 아저씨를 만나고

하늘바라기 폭포 물길이 궁굼해서

벌개미취 가득한 작은 길을 올랐다

물봉선 흐드러지고

내가 좋아하는 생강나무 언제쯤 노란옷을 입을까..

휘늘어진 보랏빛 풀꽃 폭포에 발 담그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갑자기 저 꼭대기에서 어찌 물이 내릴까 궁굼하여 비틀비틀 산에 올랐다

굽이 굽이 두바퀴 돌면 나오는 길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하늘바라기였다 가보지 말껄.. ㅎㅎ

사방 팔방에서 골마다 물이 내린다

몇 일 비 내렸다고 축령산 가을이 이렇게나 씩씩하구나

저녁 문화센터 수업이라 일찍 나섰다

요즘 깊어지는 생각

시골 어디로 내려가고 싶단 생각이 더한 날이다

작은 집짓고 좋은 사람 찾아와 차 마실 수 있는

가을닮은 꿈을 가득 꾼 날이다

 

 

2012년 9월 18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