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발목들/왕릉

묘 마당에서

이신율리 2013. 6. 30. 14:55

 

 

 

 

 

 

 

어릴적 내 놀이동산은 묘마당였다.

묘등 타고 미끄럼을 타거나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방패연을 날리던 곳도 묘 꼭대기

여름날 풍뎅이 머리 돌려 손바닥으로 치던 곳도 묘 앞 상석이었다.

 

묘 마당에는 조잘조잘 얘기꽃이 많다

아마 인생살이 지고 나서도 할 얘기가 많은가보다

대부도로 산딸기를 따먹으러, 타래난을 만나러 갔다

도라지꽃 망초꽃 꿀풀 엉겅퀴

그 중 망초가 으뜸이다

 

언제 아들이 폰으로 눌렀는가

늙어 가면서도 묘마당이 좋은가보다

뒷모습에서도 노랫가락이 들리는 걸 보니

 

 

2013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