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사수하라
마이크를 사수하라
흥이 많은 우리 민족!
모임 끝에는 꼭 노래를 불러야 마무리가 된다
하기사 고대시대엔 사흘 밤 낮을 마시고 춤추고 노래를 불렀으니
세계에서 가장 민요가 많은 아일랜드에 버금가는 민족이다.
아기를 재울 때, 모를 심고 김 매고 추수하면서
지갯다리를 짚기만 해도 가락이 나오는 민족
사람이 죽어 상여 나갈때도 소리를 하는 민족이다
그만큼 흥이 많기 때문이다.
엇그제 만난 고향 친구 모임
역시 점심 식사후 노래판이 벌어졌다.
고향 친구들은 어쩌면 모두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까지 타고났을까
가만 친구들을 쳐다보다
저 끼를 갖고 어찌 시골에서 농사 짓고 살까 하는 생각에 혼자 웃었다.
토속민요 중 으뜸인 부여 '산유화가'도 우리 동네 소리다
물이 다르긴 확실히 다른가보네
인원이 한 40명 되니 노래 한 곡씩만 불러도 한 시간이 넘는다
막바지 손이 두툼해서 내 얼굴 두배쯤 되는 친구가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부르는데
손이 쪼매 덜 두툼한 친구가 자꾸 마이크를 뺏으려고 한다
그런데 맘씨도 착한 친구가 죽기살기로 마이크를 뺏기지 않는다
드디어 1절이 끝나고 간주 음악이 흐를 때 마이크를 뺏으려던 친구에게 넘겨 준다.
어제는 장석주외 4인이 쓴 '나를 뒤집어라' 란 책을 읽는데 '마이크를 사수하라'란 내용이 있어 웃다 옮겨본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여럿이 함께 간 노래방에서 절친한 친구가 마이크를 빼앗으려 해도 절대로 내주어선 안 된다.
친구에게 마이크를 빼앗기면 그 친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마음속으로 '그래, 너 잘 먹고 너 잘살아라.'라고 외친다면 이미 그 사람은 친구가 아닌 것이다.
절친한 친구가 나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아가는 것을 다른 친구들이 본다면 그 친구들도 마음속으로 외칠것이다.
저놈은 독선자이며 안하무인자라고, 내 친구가 여러 친구들에게 그렇게 낙인 찍힌다면
역시 내 친구와의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될 리 없다.
그러므로 친구를 잃지 않으려면 마이크를 사수하라.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내 친구를 위해 목숨 걸고 나의 마이크를 사수하라.
친구님들~
마이크 사수하세요.
2016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