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나야/살구
이런 골목 이런 집
이신율리
2016. 9. 1. 12:48
다닥거리는 주택 속에 있는
지날때마다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여긴 청록집 창문이 좋았지
지붕도 청색
담에 주택이 생긴다면
나도 그땐 청록빛이다
이집은 능소화가 그만이야
뚝뚝 떨어지시는
분꽃에서 아카시아 향기가 나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 백합 향기 같기도 해
이 집은 아마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살고 있을꺼야
책 읽다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여섯시쯤
크다란 우산 하나 받쳐들고
집 근처 골목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감이 대추가 얼만큼 익는지
분꽃은 또 몇번을 피고 지는지
할머니의 고추는 잘익고 있는지
석류를 끼고 있는 집 마당엔
석류가 얼마나 달렸는지
한 시간을 그렇게 돌다 왔다.
가끔은 머리를 비우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것이
마음 살찌우는 일
2016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