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나야/살구
멈춘다는 일
이신율리
2017. 5. 15. 11:38
컴이 고장났다.
용량이 적은 곳에 얼마나 빼곡히 채웠는지
내가 먹고 싶은 것마다 거부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지우는것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필요한건지 필요치 않은건지도 모르고 닥치는대로 지웠다
결국은 사단이 났다.
컴이 입을 딱 다물어버렸다. 눈 감은 건 물론이다
딱 두 주 동안
고쳐야 하는 하는 큰아들은 이탈리아에 있고
나보다 나은 컴퓨터 실력의 작은 아들은 베트남에 있고
그 새 나는 동해를 다녀왔고
고향엘 다녀왔고
밀리는 차길을 뚫고 경주에 다녀왔다
멈추어야 하는 것은 나였어야 하는데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멈춘다는 것은
나를 돌아봐야 하는일
봄꽃처럼 피어서
숨 고르는 시간이
리듬이 되어야 하는 일
2017년 5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