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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전라도

군산

by 이신율리 2015. 6. 13.

 

 

 

 

 

 

 

 

 

 

 

 

 

 

 

엄마는 서천이 고향이다.

아홉살이 되던 봄날

오랫동안 앓아 누우신 아버지 몰래 울었다.

아버지께서 아시고 왜 우느냐고 물으니

아버지 손잡고 벚꽃 구경가는 애들이 부럽다고 했단다.

가자 하시면서 엄마 손을 잡고

장항에서 작은 배 뗏마를 타고 군산 월명 공원에 갔다.

아름드리 벚꽃은 강물 아래로 너울거렸다.

다녀와서 얼마 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지난해

언제 군산 월명공원 한번 데려다 달란다.

강경에서 군산은 한시간도 채 안걸리는 곳을

엄마는 가뭇하게 가슴에 그리움만 두고 살았다.

 

아버지 엄마와 군산엘 갔다.

근현대 건물을 구경하고

박물관앞에서 전통놀이를 했다.

아버지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챙기는 남편이 고맙다.

윷놀이를 하고 투호놀이를 하는 모습이 행복하다.

저렇게 치마입고 제기 차면 안된다.

 

엄마는 꼭 70년만에 월명공원에 온 것이다.

아버지와 손잡고 왔던 그곳에 자리를 펴고 엄마 어린날로 돌아갔다.

벚꽃 만발했던 그 벚나무도 늙었다며 웃는다.

 저기 저쪽으로 배를 타고 왔다는 엄마 눈가가 촉촉해진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강물쪽으로

뵙지 못한 외할아버지 모습을 그려본다.

 

 

2015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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