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측정을 하면 간호사가 눈가리게를 받으면서 고개를 흔든다
아주 작은 글자도 씩씩하게 대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쓸 때에도
가끔씩 예상치 못한 오타가 출연하는 걸 보면
기특하게 나이먹음에 동조하고 있음이다.
초록이 눈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데
배란다에 내가 키우는 꽃은 온통 초록이요
지난해부터 만들기 시작한 옷도 초록이 태반이요
18층에서 내다보는 창밖에도 온통 초록인데
내 눈은 초록을 거부하는가보다
중국 무협소설 영웅전 16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쉬고 싶을 땐 또 영화를 보니
내 눈은 늙으막에 혹사를 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 미안키도 하다.
며칠 장마답게 기세가 등등하더니 어디나 초록이 솟구친다
오늘은 정오에 잠깐 후두둑거리더니 안개가 자욱한 저녁이다
컴퓨터에서 손을 내려놓고 안개속을 건너야겠다.
눈에게 초록을 가르쳐야겠다.
2016년 7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