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다고 죽지 않는 건 아니다
5월쯤 물이 한 번 빠졌나보다
이렇게 말을 하면
노루귀는 화가 치솟을거다
'너 하루종일 밥 안먹어봐라 사냐!'
그렇게 풍성하고 이쁜 노루귀가
하루 아침에 고스라져버렸다
원래 풀꽃은 좀 시들어도
물 주면 벌떡 일어나는것이 다반사라 걱정을 안했었다
그 다음날에도 평소처럼 물 휘리릭 주면서
아직 살아나지 않았네 하고 확인도 안했다
그리고 며칠 후
얜 세상을 하직했다.
폭삭 쏟아버릴까 하다가
배란다 시원한 데로 들여놓고
다른 애들 물 줄 때 잊지 않고 줬다.
그랬더니 이렇게
'저 아직 살아있어요' 하고 고개를 내민다
이제 휴면기에 들어 잠자야 할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는지
어찌나 미안코 고맙던지
사진을 찍어줬다
예쁠땐 찍지도 않다가
아프니까 찍는 심보는 무슨 심보래
2016년 7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