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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계단/풀꽃

노루귀

by 이신율리 2016. 7. 8.

 

 

 

 

 

씩씩하다고 죽지 않는 건 아니다

5월쯤 물이 한 번 빠졌나보다

이렇게 말을 하면

노루귀는 화가 치솟을거다

'너 하루종일 밥 안먹어봐라 사냐!'

그렇게 풍성하고 이쁜 노루귀가

하루 아침에 고스라져버렸다

원래 풀꽃은 좀 시들어도

물 주면 벌떡 일어나는것이 다반사라 걱정을 안했었다

그 다음날에도 평소처럼 물 휘리릭 주면서

아직 살아나지 않았네 하고 확인도 안했다

그리고 며칠 후

얜 세상을 하직했다.

폭삭 쏟아버릴까 하다가

배란다 시원한 데로 들여놓고

다른 애들 물 줄 때 잊지 않고 줬다.

그랬더니 이렇게

'저 아직 살아있어요' 하고 고개를 내민다

이제 휴면기에 들어 잠자야 할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는지

어찌나 미안코 고맙던지

사진을 찍어줬다

예쁠땐 찍지도 않다가

아프니까 찍는 심보는 무슨 심보래

 

 

2016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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