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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태안반도

by 이신율리 2009. 4. 19.


태안 반도로 떠난 봄길 ~





맨날 날씨가 그리도 좋더니

아침부터 안개와 구름이 심통을 부린 날

계획했던 서천 길을 미루고 태안반도로 향했다

지도를 펼치니 서산 개심사가 눈 맞춘다

청, 홍벚꽃이 유명하다니 가는 길에 들려보자

초입엔 원추리, 돌미나리, 취나물, 햇잎나물 향기가 풍년이다

  


개심사의 벚꽃은 이제서야 눈 비비고 복사꽃만 벙글댄다

초파일이 가까워 온다고 개심사는 붉은 연등속으로 숨었고

목탁소리에도 벚꽃은 꿈쩍도 않는 봄날이다

갑자기 친구가 큰소리로 높낮이가 시들해진 스님의 염불에

‘ 아저씨가 기운이 떨어졌나보다’

웃다가 목련꽃 뒤로 쓰러질 뻔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개심사 꽃길이 향기롭다


이름도 참 이쁜 꿈같은 몽산포로 가자

아름다운 백사장이 명사십리보다 더 늘씬하다

바닷가 횟집에서 도다리 한 접시에 소라 멍게 해삼으로 가슴에 바다를 들려주고

알 밴 쭈꾸미로 친구가 나를 놀린다

머릿속에 밥을 넣은 거라고..

근데 정말 밥알 씹히는 것 같았다 아~ 탱순이~~

  

 


천리포 수목원이 볼 만혀~횟집에서 들은 소리

만리포와 천리포 아래 백리포와 십리포도 있단다

일포는 없구..ㅋ

40년동안 가둬 두었던 천리포 식물원 올해 3월부터 개장

우리나라로 귀화한 미국인 민병길님이

자생, 희귀식물과 멸종식물 육성에 중점을 두었던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인증받은 아름다운 식물원

입구에 들어서자 얼굴만큼 크고 희귀한 목련꽃에

와~ 와~ 하고 헤헤거리다 식물원 꽃향기 다 먹었다.  아~ 배불러~~

  

 

세계에 목련이 420여 가지인데이곳에 400종류

민병길님이 잘 자라는 목련을 가장 좋아했단다

 

 

 

  

호수가 아름답고 늘어져 중얼거리는 버들가지와

홍벚꽃이 하얀 목련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 동산인지..

흔한 팬지꽃조차 단정한 모습에 고개 들어 하늘 볼 틈이 없다

봄꽃의 날개짓이 한창이라 꽃잎 한 장 파닥이지 않으니 꽉 찬 봄속에 포옥 파묻힌 날이다

삼지구엽초가 한창이고

이름모를 초록점박이 꽃이 그늘 속에서 여름처럼 빛난다

돌아서면 동화속의 주인공을 만날 것 같은 동산이 정겹고

탱자 비슷해 보이는 노랑이에 흠흠거리고..

봄이 더 이상 내 가슴에 물들일 자리가 없다

 

  

천리포가 내려다 보이고

만리포로 가서 바다를 보며 도시락을 먹고

작은 조각 바다를 찾아가자

‘어은돌 해변’ 이름이 고와서 내려섰다

평화로운 등대 아래 방파제에서 이리 저리 콩콩거리다

해변 끝자락까지 돌맹이에 눈 맞추느라 밤이 오는 줄 몰랐네


까만 시골길을 따라 낯선 서울로 흘러간다.




2009년 4월 13일      살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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