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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서쪽의 천국 (서천)

by 이신율리 2007. 9. 16.

  

 

 

 

 

  

서쪽의 천국 서천

 

 

 

산천이 가을로 가고 있다

 

은행잎 몇 이파리도 풀빛도 가을과 가장 친한 노랑속으로 숨어든다

 

경부 고속도로 초입은 언제나 만원이다

 

서울을 벗어나니 들판이 놀놀하고 슬금 슬금 허수아비 나올 채비 하겠다.

 

 

 

빠른 걸음으로 두시간 정겨운 집 마당에

 

빨간 꽈리가 아구장거리고 어정쩡한 코스모스가 빛깔대로 웃고 있다

 

익어가는 감을 따 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뒤로하고

 

꼭 일년만에 다시 찾은 서쪽의 천국으로 내달린다

 

어릴적 초등학교를 지나고 더 작아진 중학교를 지나니

 

백일홍이 붉은 가로수길에  4.19날이면 이봉주처럼

 

마라톤을 하던 키작은 내가 앞서 달린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신성리 갈대밭'이다

 

빗발은 날리기 시작하고 작년 오늘도 비가 내렸었지

 

'갈대야 키 큰 갈대야 지난해 모습과 똑 같이 참 잘났구나 내 사랑아'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사람은 그림자도 없고

 

아니 갈대가 필려면 더 있어야 하니 걸음을 아끼고 있는게지

 

신성리 오작교에서 그리움처럼 수채화를 그리고 

 

갈대밭에서 나는 선사시대로 돌아가 뛰어 다녔네

 

흔들리는 다리에서 한참을 겁없이 서 있었고 

 

가장 가볍게 세상을 훨훨 날아 다녔네

 

꿈이어라 다시 깨도 꿈이어라

 

 

 

오싹거리는 추위를 돔 매운탕으로 날려 버리자

 

사내 팔뚝만한 돔 한마리에 

 

한창인 전어의 고소한 요런 맛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축제 준비중인 홍원항은 언제나 가슴 아리게 그리운 곳이다

 

 

 

빗발은 더욱 거세지고 너뱅이섬이 보이는 애달픈 곳에 올라

 

듬직한 너뱅이를 가슴 가득 품에 안고

 

키 큰 소나무에 눈맞추고 그 아래 잔풀에게도 작은 웃음을 건넨다

 

반갑다 철썩이는 파도에 가슴 뭉클한 눈길도 잊지 않고..

 

 

 

춘장대 모래 사장은 보이질 않네

 

바다가 눈 앞에까지 철썩인다

 

거센 비를 맞고 꿈쩍 않는 갈매기 몇 마리가 아는체도 없이 무정하네

 

그래도 춘장대..

 

내 가슴속엔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다

 

오늘은 꼭 씩씩한 스므살 청년을 닮았네

 

작년 오늘 한숨짓던 해당화는

 

세찬 비바람에 붉은 눈물 다 떨구고 끝없이 어지러이 슬픈 모습이네

 

 

 

꼭 일년만에 다시 찾은 서쪽의 천국 서천!

 

가을 초입에 비와 바람과 함께 한 고운 꿈 한자락

 

 

 

 

 

 

 

 

 

 

 

2007.  9. 14      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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