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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캠핑

산음 휴양림(양평)

by 이신율리 2011. 8. 13.

 

 

피서

 

여름 피서는 이렇게

산골짝으로 골짝으로

참깨꽃이 방글거리고

옥수수 수염이 휘날리는 곳

경기도 양평 산음 휴양림

아침 7시 축령산으로 내빼려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자며 들이댄 곳이다

 

물소리가 크다

숲속의 집은 언감생심

텐트 칠 데크라도 어찌..

기웃거렸으나 예약완료

빈자리에 우선 쉴 텐트를 쳤다

쥔이 오면 쫒겨날판이다 ㅎ

아침은 도시락 3종 볶음셋트 (멸치볶음 고추볶음 김치볶음)을 먹고

도르륵 달달 다람쥐 대여섯마리 소풍을 나왔다

그 다람쥐처럼 옥수수 과자를 오도독 거리면서

빙글 빙글 기웃 기웃~~ 3시를 기다린다

텐트안에서 보이는 풍경엔 죄다 액자가 끼워 있는 젊은 풍경이다

코앞에서 계곡물소리 매미소리 풀벌레소리 나는 가수다 생방송!

 

 

등심을 자글 자글 구워먹고

알 큰 포도를 터트리고

제대로 맛이 든 천도복숭아는 팔월 십일이 제일 맛있어

부른 배를 두드리며 텐트안에서 배띄우기는 휴가의 기본이야

그러다 심심하면 계곡으로 달려가 물길내기

끙~ 무거운 돌 옮기는 소리

쿵~ 돌 내던지는 소리

 

이른 저녁을 먹고 어슬렁 산책을 나선다

산골짝 사이로 불끈 솟는 둥근 반달이 어찌나 이뿌게 익었던지

만월이 다가오나보다

그 흐릿한 달빛을 이고서 오르던 길

모기향과 함께 계곡 물소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던

사과향기 나던 그 밤이 봉우릴 닫는다

 

밤새 추워서 잠을 설쳤다

20년 만에 텐트에서 잠을 자봤나?? 

뿌옇게 밝는 아침이 얼마나 반갑던지

아침 운동을 나서자

이름모를 꽃향기 장미 더하기 백합 기분 좋다

산길을 돌아 돌아도 매양 똑같은 길이다

야생화 공원은 어드메 박혔을까..

계속 걷다 보면 서울 나올 것 같다

돌아서자

돌틈에 봉오리로 섰는 나리꽃이 이뿌더라

아침은 부대찌게 ㅎ 내 생전 첨 끓여보는 찌게다

묵은김치 쫑쫑 조금

소시지 햄 설겅설겅 썰어넣고

양파 대파 고추장?

우째 김치찌게맛도 아니고 부대찌게맛도 아니고..

부대찌게 53점 ㅎㅎ

아침 운동을 했으니 또 잠자기

휴가는 이리 잠을 푹 자줘야돼

잠자고 일어나 계곡에 내려가 물길 내기

따라 해보니 이렇게 재밌구나

저 길이 맘에 안들면 큰 돌 막아서 이리로 내고

이길 물이 많으면 저리로 돌려 나눠내고

잔잔히 흐르는 냇가가 되었네

송사리 몇 마리에 열대어도 이쁜이로 몇 마리 풀었음 좋겠다

그늘 아래 푹 걸터앉아 바삭거리며 과자를 먹고

중얼 중얼 지난 이야길 터트리고

그러다 푸다닥 웃어제끼느라

그 밤톨같은 하루가 간다

 

 

 


여름이불 돌돌말고 작은 텐트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것도 좋아

 갑자기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난다 ㅎ

휴가 이틀이 저문다

금새도 어두워지는 산골짝에

이불 개키는 손길이 빨라진다

또 어제 지났던 참깨 밭길이다

참깨꽃에선 참깨 향이 날까?

익지 않은 밤에 설핏 보이는 하얀꽃이 수채화같다

논둑 밭둑 지나서 옥수수밭 지나서 오솔길을 지나면~~~♬

여름날이면 잘 부르는 동요다

하늘이 힘센 먹구름을 죄다 모았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그 먹구름속에서 어제 만났던 달이 함박 웃는다

밤새 풍만해진 모습이다

오래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다

고개를 빼고 달을 쳐다본다

그 달도 나를 보는것이 분명타

 

언제나

내 하늘엔  달이 떠있다..


 

  

2011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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