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를 배우는 원주에 사는 바로 아랫동서가 초봄부터
'형님 인사동 좀 데리고 가요'
나하고는 생일이 딱 두달 아래이다
체격이 나보다 두툼해서
모두 보면 그쪽이 형님인 줄 안다
동서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이쁜 원피스를 입고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가 동서..
30년을 봐오면서 서로 살가운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동서가 셋이나 되어도
별로 시킬일도 낮은 소리 할 일도 없는터라
그냥 그런 사이처럼..
지하철에서 만나니
동서는 타국에서 만난것처럼 반가워한다
말끝마다 형님이 아닌 언니 소리가 튀어나온다
여동생이 없는 내겐 기분 좋은 소리다
점심부터 먹자
인사동 한적한 골목길 사랑방에 자리잡고
갈치조림을 맛나게 먹어 치웠다
" 형님 넘 비싸요~~ 담엔 싼 거 먹어요" 한다
깔깔거리면서 큰길로 나오니
월요일이라 한산하다
먼저 유화 전시를 보고
그림보다 악세사리를 사고 싶은지 기웃 기웃~
은반지 하나를 골라주고
검정 항아리 치마를 보더니
'형님 입으면 이쁠 것 같다고 자꾸 사준댄다'
마침 날씨도 더워서 치마로 갈아입었다
고운 마음까지 더해서 엄청 시원하다 ㅎ
핸드폰 고리 이쁘다고 사주고
나는 가죽 팔찌 하나씩 끼자 하면서 룰루랄라~~
동양화 전시에서 정겨운 그림있어 사진 몇 장 담고
덥다고 찻집 들어가 수박쥬스 마시다보니 어스름 저녁이다
'형님 전 부르면 암때나 올 수 있어요' 한다
'그래 또 보자 잠 잘 자구'
터미널로 헤어지는 동서를 보고 한참 서서 웃었다
가면서 동서한테 메세지가 왔다
'형님! 나이가 같은 세대라 좋아요
형님한테 배울 것도 많고 행복해요'
뭐 배울것이 있다고..
많이 더운 날였지만
정많고 시원한 하루였다
012년 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