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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능내리에서

by 이신율리 2012. 7. 7.

 

 

 

여름 시작부터

접시꽃 타령을 했다

올 여름엔 기필코 한아름 접시꽃을 만나야지..

어쩌다 여름날이 일찍 깊어지고

접시꽃 당신

 지난 폭우에 쓰러지진 않았을까

벌써 지고 큰 씨앗만 멀뚱허게 달고 있진 않을까

어느님 방에서 능내리 강가에 핀 접시꽃을 보고선

어슬렁 능내리를 나섰다

 

친구가 네비에 능내역을 쳤어야 했는데

그냥 능내리를 입력해서인지 운길산 역에서 네비는 다왔다 종치고

 어느 스러지는 처마밑에 접시꽃 한줄기 외롭더라

 

 

 

 

연꽃이 피는 더운 날엔

언제부터인지 연꽃보다

가을 겨울날 연밥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연잎만 청춘이고

한장 꺾어 양산이고 싶더라

지나는 세미원엔 연꽃 봉우리 한창이더만..

 

 

 

 

능소화가 피어야 여름이라는데

나리꽃도 피어야 여름이다

어릴땐 원추리 라고 불렀는데

나리꽃이란 이름이 좋아 내 맘대로 부른다

강가에 피니 이쁘구나

어스름 다 저녁때 만나니 더 이쁘구나

 

 

 

 

접시꽃 찾아 삼만리

지쳐 시원한 물소리를 찾다보니

세계에서 최초라는 거미박물관 이정표에 이끌려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다른곳엔 망초가 노랗게 지고 있는데

산속이라선지 이제 한창인 망초가 새하양이다

그냥 지나갈 수 없지 ㅎ

 꽃봉오리 만지면서 꽃 사이로 마악 돌아 댕겨야 한다

봉오리도 몽실 키도 아구장~

 

징상한 거미도 많이 보고 (거미는 곤충이 아니고 그냥 거미란 공부를 하고 왔음 ㅋ)

엄청 큰 뱀도 만나고

실눈뜨고 살모사도 보고

종유석 화석 광물 ..

아~~ 접시꽃 찾아 왔다

왠 이상한 애들만 만나고  우이~

 

 

 

 

 

산끝자락에 있는 거미박물관 시원킨 하더라

비 온 끝이라선지 계곡 물소리도 씩씩하고

여름 들꽃이 더위만큼 향기를 내던 곳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망초밭에서 뛰다니고

나리꽃이랑 눈 맟추고

토종닭 백숙을 먹잔 친구의 말을 뿌리치고

접시꽃 당신을 찾아

팔당호 강변을 해 떨어질때까지 뒤졌건만

접시꽃은 커녕

사발꽃도 못 만났다

해는 지고 연밥집으로 가는 길에

아담하고 귀연 능내역이 골목길 사이로 휙~ 보인다

여기 이렇게 숨어있음 어떻하니

접시꽃 당신이

이 근방에 서있다고 했었는데

.............

 

저녁이나 먹자

연밥, 연만두, 연칼국수를 먹고

궁시렁대면서 능내리를 떠났다

 

 

2012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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