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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서리산

by 이신율리 2013. 2. 24.

 

  

 

 

 

 



 

녹지 않은 길이 있어 추억을 묻어 두었다

장난치느라 재밌어 죽는다



 

 



어려서 별나게 작아서

작은 걸 꽤나 좋아한다.

태백산 표지석을 만났다 서리산 표지석을 보니

오호~~ 구여운지고

 



 



 

어정쩡한 산행이다

눈밭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새싹이 돋을때도 아니니

그냥 운동삼아 뒷산 오르듯이 ..

축령산 계곡엔 여름마다 풍덩 빠지는데

정작 산엔 올라보지 않아서

축령산에 가겠다고 출발한 산행이

서리산 이름이 이쁘다고 휙 틀어서 서리산에 오른다.

입구엔 볕이 밝아선지 소나무 마른잎이 폭신하다

오를수록 잔설이 깔려있어 아이젠을 신을까 말까

이런 잔 갈등도 모이면 무심히 생각도 커진다 하면서

비비다가 아이젠을 착용했더니 또 흙길만 나오고  에라~~

자분 자분 맘 맞는 친구끼리 오르면 좋을 산이다

가파른곳도 없고 바위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심심한 산도 아니다

올 겨울 산행에서 오늘처럼 푸른 하늘은 첨이었다

그 푸른 아래 나무 그림자가 얼마나 이쁘던지

폰으로 눌러대느라 그림자 기우는 줄도 몰랐다

 

오지게 튼실한 남산위에 저 소나무도 있고

철갑은 둘렀는지 안봤음

이름도 이쁜 화채봉 삼거리에 오르니

철쭉동산이 장관이다

꽃이 피지 않았음에도 장관이니

그 봄날은 어떨지 미리 생각은 말자

에라~ 달콤한 사과 반쪽씩 먹고

초코렛을 먹고..

서리산 정상 못미쳐선 넓고 평평한 산등성이가

마음에 쏙 들더만

봄날엔 철푸덕 앉아 낮잠도 자고

노작노작 수다를 떨면 딱 좋을 자리 찜했다.

같이 갈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서리산 정상엔 어찌 저리 표지석이 아장댄다냐

앉아서 품으니 딱이네

서리산의 명칭은 서리가 오면 잘 녹지 않아서 서리산, 또는 상산霜山이라 부른다

내려오는 길은 오른 길로 다시 오름이 싫어서

축령산 쪽으로 내려가니 반가운 길이

눈속에 발이 묶여 아는체도 안한다.

전망대가 보이는 해밝고 바람없는 곳에 점심 자리를 펼쳤다

산에서 먹는 점심은 늘 꿀맛 더하기 꿀맛

묵은김치 고들빼기 김치 멸치 우엉조림 고추장아찌에 들기름 향내 확 풍기는 김구이

한사람당 2인분씩 먹어치우고

간식 다래먹고 구찌뽕 차마시고

 땅콩까지 과자까지 바스락대면서 다 먹어치우고야 일어섰다

작은 정자아래 낭떠러지 위에

철갑두른 소나무가 턱 버티고 서서

빙 두른 겨울산을 호령한다

우리나라는 어찌도 사방이 이렇게 근사한 산으로 둘러쳐있을까

참 금수강산이다.

 

길가에 개미취 진 꽃대도 그리움으로 섰고

하늘바라기 폭포 얼음속에서 겨울나느라 끙끙대고

여기저기 수액 받느라 큼지막한 하얀통이 고로쇠 나무 아래 링겔 꽂고 앉아 있다

친구가 부른다 고로쇠 물 한바가지씩 마시고 가자고

겁도 없이 가서 뚜껑을 열었더니 한방울씩 쏟아진다

받은 수액은 다 얼었다

한조각 툭 깨서 내민다

아작아작 얼음보숭이 깨물면서 내려왔다

올핸 무지 건강하리라

그렇다고 참나무로 깎은 솟대가 끄덕거린다

 

 

2013년 2월 23일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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