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밭에서
엄마는 꽃밭에서 얘기 하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그땐 채송화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새해, 아버지는 구십을 넘기셨고
엄마는 여든 셋 되십니다.
아버지는 노령연금에 6.25 참전용사라고 엄마보다 월급이 많습니다.
엄마는 아버지한테 강경 장날이면 용돈을 탑니다
그건 다육이나 선인장을 사기 위해섭니다
주로 2천원에서 만 원 사이의 가격입니다
지난 해 가을, 엄마 따라 강경장에 갔었습니다
엄마 - 얘 어때 이쁘지?
나 - 뭐가 이뻐 하나도 안 이뿌구만
비는 내리고 엄마는 계속 난전에서 비닐 쓰고 있는 다육이들을 들쳐 봤습니다
결국, 딸이 안 이뿌다고 불퉁거리는 바람에 그냥 왔습니다
그때 다육이가 지금도 나를 따라다닙니다
얘 물든 것 좀 봐 이뿌지 이뿌지?
나는 건성으로 대답할 때도 있습니다
가운데 있는 저 초록 거북이알
얜 제법 오동통 이뿌긴 합니다. 왜? 내가 갔다 줬으니까, 가끔 솎아서 샐러드 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
새끼를 많이 쳐서 거북이 80마리는 태어나겠습니다.
갑자기 왜 자라탕이 생각날까요 푸하~~~뒤통수 퍽!!
엄마는 다육이를 잘 키워서 전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눠주고 심어주고 그것이 큰 기쁨인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여기 저기 꽃씨를 뿌립니다
엄마 마음 밭엔 세상에 없는 다육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선인장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원래 다육이와 선인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단 생각 때문입니다. (미안, 다육엔드 선인장씨)
중학교 때 친구한테 손바닥 선인장 하나 얻어 주머니에 넣고 왔지요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그 뒤 가시에 찔려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기억때문인지 선인장 너는 저리가!!!
꽃도 아니게 피는 것 같은 꽃이 필 때면
엄마는 사진을 찍어 딸에게 보냅니다.
너무너무 이뻐 귀여워 이뿌지? 그러면서
영혼없는 답글은 또 그때 날아갑니다
십년 가까이 된 애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분양된 아가들도 그곳에서 다 잘 자라고 있을겁니다. 엄마가 이뿌단 꽃도 마구마구 피우면서
맨 앞 왼쪽 아인 긴 대궁을 내밀어 저것도 꽃이라고 피웠습니다
엄마가 대궁을 잡고 얘도 꽃이야 내가 쳐다볼 때까지 얘도 꽃이야
저는 속으로 꽃은 무신... 종이 구겨놓은 것 처럼 풍신나게 피었구만
엄마는 심심할 새가 없습니다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 맞추며 얘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얘 너는 꽃 언제 필거니? 물 드느라 애썼다. 새끼 잘 쳐줘서 고마워. 봄엔 분갈이 꼭 해줄께 등등...
저보고 나중 엄마 죽으면 다 가져가 키우랍니다
엥? 엄마가 그냥 계속 키워~~
엄마가 꽃을 많이 키우게 된 것은 제 영향입니다
야생화와 나무에 미쳐 근 십년을 화분 갯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키웠던 때
엄마에게도 내려가고 또 내려보냈고
온가족 여행 갈 때면, 시골에서 올라와 일 주일 동안 집에 와 계신 적도 있었고
박스 박스 담아서 엄마에게 한 철 맡긴 적도 있습니다
이젠 남편이 센서로 해외에서도 물을 줄 수 있는 걸 개발(?)해서
본인이 에디슨이라고 함,( 에디슨은 무신 에디슨 ~ 에디슨 사둔에 팔촌에 어깨넘어 소스랑발 호미 망치 몽키스패너 펜치 장도리에 도라이바 그 너머 너머 실핀옷핀) ~~~~~ 속으론 고맙단 마음에 별 몇 개 때려 박습니다.
암튼, 엄마에게 일손을 덜어준 것은 맞습니다.
다음 번 집에 갈 땐 선물로
이쁜 다육이 몇 아이 델꼬 갈 판입니다
퉁퉁거리지 말고 부모님께 다육이 효도하자
안계실 때 선인장 가시에 찔려 후회하지 말고 - 어버이날 표어 내지 한국원예협동조합 표어 당선작
딸램이 살구는 장구치면서 놀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