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이
소리공부 하시는 분이 난을 안고 오셨다
생전 처음 키우는 난이라 왠지 겁부터 덜컥 난다
왜냐면 꽃님 일찍 돌아가시게 하기 선수이니...
‘키우는거 쉬워요 일주일에 물 한번씩만 주고 반 그늘에 두면 돼요'
나 이말 절대 안 믿는다 많은 경험으로 인하여..
참 자태도 곱게 생겼네
모습이 이러하니 선비들의 사랑을 많이 받었나?
♪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혼자 흥얼거리며 감상을 한다
일단
난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할 것 같아
도사급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
물을 줄 때는 지하수면 좋고 수돗물은 받아 하루 둔 다음
난을 2시간 동안 담가 놓으랜다
덧붙여 난은 바람에 큰다느니
어느 사람은 난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정수기로 물을 주니
수돗세가 한달에 30만원이 나오고
난 선풍기를 따로 사서 틀어 준대느니...
괜히 전화했나 싶게 지레 겁을 잔뜩 준다
드디어 오늘 난에 물을 주려고
아침 일찍 아파트 안에 있는 지하수를 낑낑거리며
양동이에 가득 떠 와서 넘 차거우면 감기 들까봐
2시간을 놔두었다
난을 풍덩~ 시원하지 대순아~
종류가 대국이래요~대순이 성함이 쫌 그렇다(그래도 엄청 심혈을 기울여 지었음 )
한참을 있자니 좀 이상한 것 같아 친구에게 전화
근데 난 얼만큼 물에 잠기게 담궈야 되니?
친구 화분 2/3만 담그란다
허걱!! 엥 ~ 얼굴까지 다 담궜어
야!!! 네가 덥다구 난을 그렇게 담그면 아이구 내가 못산다
그리 난을 이뻐하다 보면 다음 차례는 산으로 난을 캐러 간대나?
오모나~ 나 그럼 '난 채집가' 이런걸루 직업이 화악~ 바뀌는 거 아녀?
고향 세도에도 희귀난이 있단다.
이때다 싶어 시골에 사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농사철 끝나고 희귀난을 보는 즉시 나에게 연락 허라구...
어머나~ 배란다의 난 아직도 양동이에서 헤엄치구 있는데
그새 통통 불어 몰라보면 우짜노??
2006. 08. 03. 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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