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1 그 여름은 어디 갔을까 그 여름은 어디 갔을까 그 여름 능소화는 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바람도 불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동네 끝자락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심부름을 갔다 “부추 좀 사 와” 나는 소쿠리를 들고 두 걸음씩 뜀뛰듯 날아가듯 능소화 보러 갈 때만 걸었던 걸음이었지 그러니까 능소화 걸음인 거지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의 허리를 보면 그 집 아저씨가 떠올랐어 키 크고 잘생겨 꼭 탤런트 같았던 아저씨와 키 작은 아줌마 아저씨는 퍽 하면 바람이 났고 아줌마는 퍽 하면 울고 다녔던 기억 그래서 할머니 등이 저렇게 굽었나 하는 생각을 하느라 얼마치 주세요 하는 얘기도 잊어버리고 능소화는 부추 밭가에 가죽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세상에 없는 꽃 같았어 어떻게 저런 빛깔로 대롱대롱 매달려 피느냐고 우리 집 마당가엔 가죽나무가 두 그.. 2022. 7.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