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세상2 국화봉고프러포즈 - 이신율리《시로여는세상》2023년 가을호 국화봉고프러포즈 마드리드 산히네스에서 추로스를 먹던 아침, 터키석 하늘에 태엽을 감았지 몇 바퀴를 돌렸으면 팝콘이 터졌을까 우리가 다시 만났을까 끈적이는 생각에서 발을 빼면 어두 워지는 한강가야 오리 가던 길 되돌아오고 강물 소리 맞춰 봉고 돌아오고 트렁크를 활짝 열었어 풍선이 떠오르는 하늘이 넘쳐났지 그녀는 프릴 없는 원피스를 입고 초코라테 셔터를 눌렀지 펄 립글로스 없이도 사진 잘 받겠다고 오늘 거울은 마 음에 든다고 추로스를 먹던 아침 총소리를 내면서 날아가는 새를 보고 네가 웃었던가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애드벌룬이 둥둥 떠올랐지 너는 커다란 프릴칼라 블라우스를 입고 제라 늄 화분이 자꾸 시든다고 말했지 크리스마스 앵두 등을 켰어 출렁거리는 여수 밤바다 볼륨 높였지 노란 꽃송이가 불쑥 불쑥 피어나.. 2023. 12. 9. 와플 좋아하세요 - 이신율리《시로여는세상》2023년 가을호 와플 좋아하세요 오늘 마감, 이라는 글자를 쓰는데 헤어졌던 연인들이 돌아오네요 진주 설탕 덩어리처럼 손님은 쉬지 않고 새롭습니다 새로 만난 연인들의 생크림이 더 달콤할 리가 그럴 리가 있습니다 접었던 귀를 다시 펴는데 컴컴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구두코는 반짝이고 저녁과 초코의 관계는 거꾸로 매달린 장미 같아서 잊지 않고 블루베리의 밤이 찾아옵니다 통 블루베리 와플 주세요 오독오독 씹히는 소리는 감추고 변함없이 쓸모 있는 같은 메뉴 좋습니다 크림과 크림 사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늘 조기 마감, 전에 영화를 보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서 와플을 굽고 식히는 과정을 기다리죠 설탕 대신 소금 뺐어요 단맛은 반복하는 재미죠 와플와플 하면서 꺾어지는 풍선 인형의 손짓이나 골목을 구부리는 고.. 2023. 10.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