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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광장2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300 [282]벌써 지웠어요 벌써 지웠어요 / 이신율리 기차가 지나가면 수확 시간입니다 노래는 짧고 하늘은 네모입니다 후반부 건조한 공식에서 간격을 맞추고 마개를 닫아주세요 일요일엔 그림자가 없습니다 곤충 채집 시간 잠자리와 드론을 띄우는 나는 화가입니다 빈칸을 수배 중입니다 한 눈금 충전하시겠습니까 립스틱 색깔을 바꾸고 필체는 B컵입니다 숙취에 소인을 찍다 엉뚱하게 벨을 지웁니다 컬러링을 바꿨습니까 존댓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독은 시계탑 아래 두고 직립하는 단어는 화상 파일에서 지웠습니다 신문 A면이 동트기 전입니까 서리가 내리는 2행시를 짓고 기획 상품에서 흠집을 찾겠습니까 반숙 달걀을 평등이라고 우기면 기울어지는 프레임에서 15포인트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행운처럼 파랑에서 탈퇴하라 구조신호는 눈 속의 사냥꾼이 지운다 열매 많은 .. 2020. 11. 27.
《웹진시인광장 2020년 올해의 좋은시 300선정 작》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 배꽃이 질 때까지 나는, 사월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발이 작은 운동화는 팔지 않았다 참외에서 망고 냄새가 났다 사월이 콜 록거렸다 푸른 것은 더 푸른 것끼리 속아 넘어가고 흰 것은 흰 것끼리 모였다 배꽃 같은 나이를 뒤적거 렸다 달아나지 않으려고 네 칸짜리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하루가 갔다 하늘은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배꽃의 잔소리가 4차선 도로까지 따라왔다 노래하나 물고 새가 날아갔다 잃어버린 가사가 둥 둥 떠다녔다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지나갔다 초록 티셔츠를 입은 울창한 숲이 아무도 모르게 헛발질을 했 다 떫고 신 것들이 툭툭 나이만큼 떨어졌다 열다섯 살에 잠갔던 배꽃이 먼 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구름 뒤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는 숲을.. 2020.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