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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웹진시인광장 2020년 올해의 좋은시 300선정 작》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by 이신율리 2020. 6. 21.

 

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배꽃이 질 때까지 나는, 사월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발이 작은 운동화는 팔지 않았다 참외에서 망고 냄새가 났다 사월이 콜

록거렸다

 

푸른 것은 더 푸른 것끼리 속아 넘어가고 흰 것은 흰 것끼리 모였다 배꽃 같은 나이를 뒤적거

렸다 달아나지 않으려고 네 칸짜리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하루가 갔다

 

하늘은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배꽃의 잔소리가 4차선 도로까지 따라왔다 노래하나 물고 새가 날아갔다 잃어버린 가사가 둥

둥 떠다녔다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지나갔다 초록 티셔츠를 입은 울창한 숲이 아무도 모르게 헛발질을 했

다 떫고 신 것들이 툭툭 나이만큼 떨어졌다 열다섯 살에 잠갔던 배꽃이 먼 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구름 뒤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는 숲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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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시인광장》 2020년 5월호 발표 ㅡ통호 제133호 l Vol 133

[출처] 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 웹진 시인광장 2020년 5월호 신작시 l 2020, Mayㅡ통호 제133호 l Vol 133 |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