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배꽃이 질 때까지 나는, 사월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발이 작은 운동화는 팔지 않았다 참외에서 망고 냄새가 났다 사월이 콜
록거렸다
푸른 것은 더 푸른 것끼리 속아 넘어가고 흰 것은 흰 것끼리 모였다 배꽃 같은 나이를 뒤적거
렸다 달아나지 않으려고 네 칸짜리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하루가 갔다
하늘은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배꽃의 잔소리가 4차선 도로까지 따라왔다 노래하나 물고 새가 날아갔다 잃어버린 가사가 둥
둥 떠다녔다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지나갔다 초록 티셔츠를 입은 울창한 숲이 아무도 모르게 헛발질을 했
다 떫고 신 것들이 툭툭 나이만큼 떨어졌다 열다섯 살에 잠갔던 배꽃이 먼 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구름 뒤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는 숲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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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진 시인광장》 2020년 5월호 발표 ㅡ통호 제133호 l Vol 133
[출처] 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 웹진 시인광장 2020년 5월호 신작시 l 2020, Mayㅡ통호 제133호 l Vol 133 |작성자 웹진 시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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