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1 염소 - 이신율리 《시와 편견》2021년 겨울호 염소 - 이신율리 봄이 오면 아버지는 염소 새끼를 끌고 왔지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내 다리를 묶었 어 냉이꽃 들판을 휘돌아 쳐도 심통은 풀리지 않았지 염소는 뒤꼍에 꽁꽁 묶어놓 고 닭장 속에 갇힌 거위 등에 올라타 마징가 제트처럼 날고 싶었지 뿔 자리가 아 직 벌어지지도 않은 애송이가 대가리를 번쩍 쳐들어 내 봄을 파먹었어 딱 한 번 이라도 배때기를 걷어차 풀밭에 쫙 뻗었어야 했는데 그때 내 눈엔 네가 아버지로 보였어 수업료 안 냈다고 벌서던 일이 자꾸만 떠올랐거든 * 하얀 꽃은 구겨 삼키고 싶다 구름 아래 냉이꽃을 꺾는다 최신 가요에 맞춰 춤을 추면 봄비가 내릴 거라고, 점점 하늘이 내려오고 뿔이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웃음 소리가 지겹다고 화성으로 날라버린 그를 찾으러 갔다 그는 쭉 빠진 알파고 옆에 끼고.. 2021. 12.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