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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강원도

횡성, 봉평, 평창

by 이신율리 2012. 9. 25.

 

 

봉평, 평창

 

 

갑자기 생긴 시간

떠날 곳 얘기하란 말에 아무곳으로나 떠나자 하여

강원도로 출발

몇 일 전 신문에 난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가고 싶었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노래를 부르던 아마 6년 쯤 불렀나보다

봉평을 만나러 간다

여주 휴계소에서 도시락을 먹고 (북어포조림, 매실장아찌, 김치에 업그레이드된 도시락 ㅎㅎ 비지찌게 우하하~~)

간단한 간식 커피에 불량식품 고구마과자를 오도독대다가

근처 5일장 없나 뒤졌더만 횡성 5일 장날이다

시골 5일장은 정겹고 따뜻하다

추석밑이라선지 더 풍요롭다

우리네 엄마들 앞지락 가득 가을 열매 펼쳐놓고 주인을 기다린다

 

 

 

맛나게도 생긴 호박

말끔히 빗어내린 고구마줄기

내가 좋아하는 햇 땅콩

그리고 기름짜면 소주병 한병에 십만원도 넘는 산초열매

산초기름으로 두부를 부치면 얼마나 고소가 넘치는지 안 먹어보면 모름

 

 

고추푸대 넘치는 시절

송이버섯, 능이버섯, 노루궁뎅이버섯, 싸리버섯 

비가 많은 올해 버섯 풍년

 

추석선물 더덕 한아름

단호박 아홉개

브로콜리 항개

꽈리 어마어마하게 샀음 ㅎ

주걱 옻칠한다고 열개나 사고

찰싹찰싹 등 두드리기 하나

 

 

 

횡성에서 봉평은 금방이더라

봉평 가까워오니 이밭 저밭 다 눈내리고

가슴 가득 달빛 쏟아지고

속으로 내내 그랬다

왜케 좋은겨..

 

 

 

 

 

 

 

 

메밀밭 끝으로 멀리 붉으스레

가까이 가면서 질러댔던 아~~!!

메밀밭보다 여뀌밭이 스므배는 이쁘고

그냥 주저 앉아 한세상

피고 지고 그리 살고 싶은..

 

잣나무 가득한 작은 산길을 오르니

갖은 버섯이 조롱조롱 나무에 버석한 길에 가득 피고

피톤치드 가득 충전하고 내려와

백일홍 한창인 꽃길에서 천일홍처럼 웃어댔다

메밀집에 들어가 철푸덕 앉으니

창밖에 키작은 해바라기 맨드라미가 가득하다

 

 

 

 

메밀밭 갈 때 아~~ 저곳 하면서 그냥 휙 지나쳤던 곳

빨간 지붕이 이뻤던 곳에서 내려 풍경을 담고

빗방울이 후두둑거린다

더 빨리 평창으로 달리자

 

나침반님이 알려준 물매화를 만나러 가자

추석이 지나면 함빡 필거랬는데

평창 대덕사 계곡

깊은 계곡일 줄 알았는데

입구 조금 지나서 휙~ 지나는데

하얀 뭔가가..

스톱!!!!

내려서니 물매화

눈물이 나더라

내가 야생화 중 가장 좋아하는 아이다

집에서 몇 년을 시도하다 이젠 포기한 아이

 

 

 

 

작은 계곡 물내리는 틈새에서 피고있던 내 사랑아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이런 마음이리라..

그냥

아무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던

사랑아 내 사랑아

 

 

 

 

날은 어둑거리고 빗방울이 이마를 친다

이렇게 귀한 야생화가 

우리 산천에 한들대고 있다는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어스름 서녘이 번 해지면서 노을이 진다

눈을 감아도 온통 붉은빛이고 하얀빛이다

꿈 아니겠지 ..

 

이천을 지나고 길가에 앉아

두 푸대쯤 되는 꽈리를 까느라

손톱밑이 까맣고 손가락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었네

 

 

2012년 9월 21일  살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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