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이 아직 멀었는데
등은 춘삼월처럼 걸려있고
빛바랜 단청이 얼마나 편안턴지
고향이랑 붙어 있는 공주 마곡사를 아직도 못 가봤다.
돌고 돌아서 어찌 서울에서 찾아간 날이다.
벚꽃은 봉오리 열 생각도 없고
대웅전 앞 연등 꽃만 활짝 피었더라
절을 지나 진달래와 함께 오르는 산길엔
앵초가 피려고 옹알대고
매발톱은 봄나물처럼 기지개 켜느라 들썩댄다.
여름을 준비하는 원추리가 펄럭이고
땅꼬마 억센 질경이 납작 엎드려 햇빛만 보고 있다.
살 찐 냇가엔 송사리 떼가 바람자락처럼 몰려다니고
한참을 꾸역꾸역 그 놈들을 따라 다녔다.
서울로 오는 길에
좋아하는 서천 동백정에서
'툭' 허고 지는 동백 꽃송이를 맞으며 바다를 보고
홍원항에서 꽃게를 먹고
어둔길을 찾아 춘장대에 갔다.
눈썹달은 하늘에 민들레 꽃으로 피고
해당화 햇 가시 세우고 모랫바람 맞는데
나만 혼자서 슬프더라
2013년 4월 12일 살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