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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그 섬

by 이신율리 2013. 6. 3.

 

 

 

 



 

 



 

다시 간 여우 섬이다.

 

여우섬에서 바라 본

다닥다닥 돋아난 이름없는 섬들이

안개 리본으로 멋내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줌 뚝 따서 나도 리본을 달고 바람개비처럼 팔랑거렸다.

파도소리처럼 바위를 탔다.

 

좋아하는 산길엔

찔레꽃 향기로 나를 유혹하는 걸

왜 그러시옵니까 하고선

잘도 뿌리치고 나왔지.

하루가 어찌 그렇게 나보다 앞서 달음질을 쳐대던지

 

밤 11시에 달 찾으러 해변으로 갔다

달은 어디에서 한눈을 팔고 있을까

아니면 누가 꼭 안고서 보내지 않았을까

하늘이 엎어진 듯

어둔 해변에 조개 껍질만 별처럼 콕 박혔더라

 

낚시터 바위틈에서 방풍을 만나고

왕 다슬기 수군거리는 바위를 타잔처럼 날아다녔다.

잔대 더덕이 향기로운 곳에서

붉은 보리수를 따라 나섰다가 길을 잃었지

길 잃어도 좋았지

정말 좋았지

 

천남성이 그렇게 듬직하게 핀 모습은 처음이었어 

꼭 듬직한 청년들의 행진 같았지

꽃 지면 사약으로 쓴다는 붉은 열매가 맺히는데

그래도 한사발 들이키고 싶을만큼 고운 빛이었어

 

내게 섬은 꼭 연인처럼

만나면 좋아 죽고

돌아서면 또 죽을 것 처럼 외롭네

외로워야 사람이래니

한 세상

그렇게 살자.

 

 

2013년 5월 30일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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