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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살구

고향집 풍경 2

by 이신율리 2014. 10. 22.

 

 

 

 

바다 끝에서 자라는 해국이

울 엄마 화단에 이렇게나 피었다. 복실복실하게

 

 

 

올핸 감이 풍년이다.

집 둘레를 감싸고 있는 감나무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그룬가?

단감나무도 섞이고 납작감 둥근감 뾰족감

그래도 엄마는 지난해 또 감나무 대봉 세그루나 또 심었다.

감 좋아하는 딸 엄마 없어도 나중 많이 먹으라고 심었단다.(가슴 쓰림)

 

껍질 벗기고 얄팍하게 썰어서 햇빛에 말리고 말리고

나는 감 뒤집으면서 먹고

하늘 쳐다보다 먹고

아, 달다 하면서 먹고

안 뒤집었나? 하면서 또 먹고

 

 

 

올해 별나게 호박이 펑퍼짐하다.

여기 말고 또 호박창고엔 호박이 아마 서른 덩이는 쌓였을껄

겨울에 호박즙 좀 해먹고서 살 좀 내려야겄다 낄낄~~

 

 

 

울 엄마

감순이 초롱이 진돌이 밥주러 간다.

사진 찍지마 그러면서 갔는데

나는 뒤에서 찍었다.

말 잘 듣는다 나는 히~

 

 

 

동생이 사다준 블루베리 나무

무지 커서 올해 아주 많이 따먹었단다.

나는 안먹어 봤으니 모른다.

나는 블루베리보다 단풍 든 모습이 더 좋다.

 

 

 

밭 한쪽에 펑퍼짐한 얘는 또 누구랴?

그러기 전에 곰곰 생각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첨보는 애야

"엄마 얘는 뭐여? 이상케 생겼네 근대도 아니구"

" 갸는 우엉이여~~~"

옴마나 내가 김밥 쌀 때 꼭 넣는 우엉잎이 이렇게 생겼구나

곁에서 올케가 그런다

"형님 저두 첨 봤어요  ㅎㅎ"

 

 

 

요 귀여운 상추 새끼들

이제 겨우내 먹을 뒷곁 비닐하우스에 심을 모종들이다.

 

 

 

내가 캔 고구마들

올해 처음 제대로 고구마를 캐봤다.

죽는 줄 알았다.

뭔 고구마가 땅에다 망치로 박아 놓은 것 처럼 박혀서

호미로 파내느라 아이구~~

엄마한테 그랬다.

내년부턴 나 고구마 안먹어 심지마!!

고구마는 내가 다 갖다 먹으면서..

나는 고구마돼지다.

 

 

 

 

지난번 분홍 장화에서

이번엔 분홍 털신 슬리퍼다.

 

 

 

고향의 어느것이나 내 마음에 풍경이 된다..

부모님 살아실제 들랑거리며 눈에 담는 

고향은 작은 사진관이다.

 

 

2014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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