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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용문산

by 이신율리 2014. 10. 26.

 




 



 

 



난생처음 홀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나에겐 대단한 용기였다.


일단 전철로 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가을날 은행나무가 근사한 용문산이다.

아침 9시 반에 전철을 타고 왕십리에서

중앙선 용문행으로 갈아 탔다.


지하철 생각만 하고 계산하니 40분쯤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건 전철이 아니고 완행열차다

빽빽한 전철 안이 무슨 5일장이 선 것 처럼 왁자하다.

등산복 차림은 모두가 용문산 가는 것이고

일반 차림은 모두가 용문사를 간다

한 시간 반이 되도록 몸을 틀면서 서 있으려니

창밖의 풍경이 예쁘기만 할리가 만무다

 

용문역에 내려 버스터미널에서 이리저리 눈치보다

식당차를 얻어 탔다.

들어가는 입구 은행나무 가로수가 장관이다

고생한 만큼 보상을 해주고도 남는다.

더덕구이 정식을 시켜놓고

괜스레 막걸리 한사발 생각나두만

여자 혼자서 대낮에?

홀랑 물든 은행나무 아래 앉아있다가

사진사 아저씨한테 사진 부탁해서 추억 하나 남겼다.

 

용문사 천사백 살 먹은 은행나무를 만나자.

아직 새파랗구나 청춘이다.

절 한바퀴를 돌고서

졸졸 흐르는 시내를 끼고 낙엽 냄새를 맡으며 내려왔다.

붉은 단풍은 이제야 움찔거리며 색을 내고

사람이 단풍보다 빠글한 금요일이다.

겨울 준비하는 잔디위에 앉았다.

가을이 이렇게 깊어가는구나


 

2014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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