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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단양1

by 이신율리 2015. 5. 31.

 

단양 1

 

 

 

 

 

단양은 내게 꿈속 같은 곳이다.

 

단풍 너머로 강물따라 흔들리던 억새꽃은

 

가을이면 잊지않고 찾아오는 풍경이다.

 

 

초록이 가득한 그 길을

귀여운 셀리와 단아한 춘향이와 그렇게 셋이서 떠났다

 

그네들에게 나는 어떤 여자로 떠오를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일이다.

 

 

 

초록은 창밖으로 다 모여들었다.

 

꽃보다 초록이다.

 

물댄 논으로 첨벙거리면서 산새가 드나들고 

 

물그림자 속엔 아득한 그리움도 들어있다.

 

문막 휴게소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달아서 달아서 끝판엔 사약을 받은 기분이었다 .

 

약 사발을 다 비울때 쯤  강물이 천천히 내게로 왔다.

 

 

 

가장 먼저 모노레일을 타야한다고

 

기다려야 하는 틈새 시간에 동동주와 도토리묵 앞에 앉았다.

 

얼굴에 노을이 들기 시작하니 기분은 둥둥 구름에 매달렸다.

 

달려서라도 산꼭대기에 금세 오를 것 같았다.

 

익어가는 햇살 아래 처음 본 브로콜리 밭은 은빛 섞은 파랑 물감을 엎어 놓은 것 같았다.

 

아카시아 향내를 맡으면서 애 띤 초록 속살을 따라 깔깔거리며 산꼭대기에 올랐다.

 

 

 

 

 

 

 

 

 

 

 

반전이다.

 

내륙에 이렇게 멋진 호수가 그림처럼 흐르고 있다니

 

 

 

 

 

 

 

 

 

 

 

산꼭대기 작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앉고 서고 구르고 하면서 우린 사진을 찍어댔다.

 

햇살도 바람도 모두가 우리 편이었다.

 

 

 

 

 

 

 

 

 

 

 

 

 

그림자와 여섯이서 쪼로로 앉아 찍은 사진이 맘에 든다.

 

서녘이 붉어 질 때 쯤 내려와 기운을 내자며 마늘정식을 먹었다.

 

어스름 해는 지고 풀꽃 가득한 냇가에 앉으니

 

젖힌 고개 위로는 실눈 뜬 눈썹달이 떠오르고

 

붉은 토끼풀꽃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있었다.

 

우린 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대평콘도에 들어

 

브로콜리로 꽃꽂이를 하고

 

와인 마개를 힘들게 따서 주안상을 차려놓고 홍야홍야 

 

단양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2015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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