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두 발목들/충청도

단양 2

by 이신율리 2015. 6. 2.

 

단양2

 

 

 

 

 

낯선 곳에서의 밤은 언제나 길다.

 

동은 트고 있는지 배란다로 살곰살곰 나가서 기다리다가

 

들어와 요가 동작 하나로 몸을 비틀면서 해야해야 나오너라 주문을 건다.

 

운전하느라 힘든 춘향아씨는 주무시라 하고 6시 반에 셀리와 함께 뒷동산 오름이다.

 

솔 숲 붉은 길이 다정하다.

 

 

 

 

 

 

 

 

 

 

 

꿀풀 속에 꿀벌은 새벽부터 바쁘다.

 

산 모퉁이를 돌아서니 때죽꽃이 천상의 길을 열고 있다.

 

향기에 취해서 그 하얀 길을 어찌 지났던가

 

이제와 생각하니 꿈속이다.

 

봄이면 언제고 떠오를 추억이다.

 

 

 

 

 

 

 

 

 

 

 

땅과 마주 닿는 발자국 소리가 청량하다.

 

꼬리진달래 군락지를 지난다. 아직 입 다문 진달래는 언제쯤 팝콘처럼 꽃봉오릴 터트릴까

 

생각하다 길을 잃었다.

 

저 아래로 마을은 보이는데 길은 없다.

 

초록빛으로 산책하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헤맸다.

 

3시간이 흘렀다.

 

땀 흘리며 허겁지겁 돌아오니

 

춘향아씨가 차린 아침상이 진수성찬이다 

 

간밤 꽃꽂이 했던 브로콜리는 새초롬하게 한접시 가득이고

 

라면 넣고 끓인 시원한 김치국이 환상이라

 

 

 

 

 

 

 

 

 

 

 

단양팔경 중 옥순봉으로 나설 차례다.

 

사인암처럼 길가에 서있는 풍경인 줄 알았다.

 

산길을 걸어서 왕복 2시간이란다.

 

다리는 천근이요. 머리꼭지 위에서 태양은 끓어 넘친다.

 

오르는데 누구도 말이없다.

 

비 오실것도 아닌데 뒤집혀진 잎새만 반짝거린다.

 

다문 입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런곳에 케이블카가 있어야는데 혼자 속 생각이다.

 

바위 등을 타고 엉거주춤 올라서니 두향이 좋아했던 옥순봉이 절경이다.

 

옥순봉 사이로 지나는 바람을 맞으며 두향이를 생각한다.

 

이황과 두향이의 사랑속에 늘 매화가 주인공이었는데 오늘은 옥순봉이다.

 

 

 

 

 

 

 

 

 

 

 

 

 

멀리 강물 따라서 우린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려오는 짙은 그늘속에서 꽃향기가 새롭다.

 

옥순봉과 마주하고 내려오니 비로소 단양을 만난 것 같다.

 

 

 

 

 

 

 

 

 

 

 

깊은 골 사이로 사찰의 머리 꼭지만 봐왔던 구인사를 가보자.

 

엄청난 규모에 다른 사찰에선 볼 수 없던 모습들이 여럿이다.

 

커다란 코끼리 상과 부처옆에 같이 놓인 창시자 사진, 목선에 금테 두른 승복, 사찰의 모습도 중국 영화 한 장면 같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엔 무릎장단을 치면서 소리를 했다.

 

초파일이 다가오니 '회심곡'도 부르고 가는 봄 잡아보려고 '봄타령'도 불렀다.

 

 

 

 

 

 

 

 

 

 

 

서녘이 붉어 좋다.

 

저 붉은 노을 두어뼘 샀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가 꼴깍 넘어간 하루의 뒤태가 좋다.

 

따라서 모든 풍경도 마음따라 순해진다.

 

 

 

우리 가락으로 만난 인연들이다.

 

꽃보다 초록이 좋다했듯이

 

변치 말고 맑은 초록이길 기도한다.

 

단양!!

 

고운 추억 하나 수놓았다.

 

 

 

 

 

2015년 5월 22일

 

 

 

 

 

 

'연두 발목들 > 충청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흥산, 대조사 - 임천  (0) 2015.07.30
부여 궁남지  (0) 2015.07.26
단양1  (0) 2015.05.31
천리포 수목원  (0) 2015.05.26
꿀풀 세도  (0)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