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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주문은 여기서 해주세요 - 이신율리 《포지션》2020년 가을호

by 이신율리 2020. 11. 27.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이신율리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낯선 사람과 마주 앉으면 왜 태풍의 이동 경로가 떠오를까

 

두 시를 넘어가는 난로는 뜨거워 유모차는 북극 토끼를 생각한다

 

커피믹스만큼 식은 사람들은 전화번호 뒷자리에서

 

시곗바늘이 지나치는 북극은 다음 정류장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과 얼굴로 변한 아이가 불량식품을 먹고 있다

 

누나 더하기 누나는 호피 무늬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유리문 안에 있다

 

TV에서 합성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본다 호피 무늬가 숯불고기로 보인다

 

유리창 너머 자리마다 숯불이 시끄럽다

 

벽에 붙은 포스트잇은 번창하는 순서대로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르는

 

유리창 밖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기우뚱거리는 숫자에 물 폭탄이 터진다 아이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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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포지션》2020년 가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