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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2

아스파라거스 여고 시절엔 배를 타고 금강을 건넜지 갈대가 뒤섞인 바람소리를 듣거나 떠내려가듯 건너는 뱃머리에서 보는 건너편 풍경은 닿아도 닿을 수 없는 세계 같았지 키 큰 미루나무를 지나고 모래밭을 흔드는 아스파라거스를 만나고 털실 같았어 이런 빛깔 스웨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열여덟이 좋아했던 초록 뭉치 가을이면 새빨간 씨앗을 선물로 달았으니 내가 초록과 빨강을 뒤섞는 이유야 꽃을 많이 키우면서도 동네 마트에 가면 꽃을 기웃거린다 어, 이거 아스파라거스? 맞다 추위엔 강하지만 건조해야 하고 햇빛이 좋아야하고 동향이라서 겨울엔 빛이 많이 부족한데... 그래도 안고 나왔다. 지금 그 시절을 불러내야 할 것 같아서 남편은 그걸 뭐하러 샀냐고는 하지 않았다. 나를 닮아 머리숱이 많다고는 했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2022. 1. 20.
맞짱 뜨기 맞짱 뜨기 - 그대는 순한가 내가 순해 보여서 그랬을까? 읍내로 고등학교를 간 나는 삐쩍 말라 촌스러웠고, 짝꿍은 뽀얗고 예뻤다. 짝꿍은 불량 친구들과 껄렁거리면서 오만방자함은 하늘을 찔렀다. 어느 날 주먹을 들이대면서 청소 끝나고 분수대 뒤편에서 보자는 것이다. 학기 초부터 기선을 제압하여 꼬봉 하나 만들어 두겠다는 심산이다. 서툴게 봄이 오고 있었다. 붉은 벽돌이 음산하게 쌓여있는 운동장 구석이었다. 짝다리로 서서 껌을 씹는 친구가 여럿 와 있었다. 왜 불렀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왼쪽 볼따구에서 불이 튀었다. 순간, 젖 먹던 힘이 솟구쳤고 그쪽 볼따구에선 천둥소리가 터졌다. 깨끗한 한판승! 손 탁탁 털고, 목 두어 바퀴 돌리고, 나는 순하지 않았다. 순하게 본 친구의 오판이었다. 그 시절엔 왜 그.. 2020.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