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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아스파라거스

by 이신율리 2022. 1. 20.

 

 

 

 

여고 시절엔 배를 타고 금강을 건넜지

갈대가 뒤섞인 바람소리를 듣거나

떠내려가듯 건너는 뱃머리에서 보는 건너편 풍경은

닿아도 닿을 수 없는 세계 같았지     

키 큰 미루나무를 지나고

모래밭을 흔드는 아스파라거스를 만나고           

털실 같았어

이런 빛깔 스웨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열여덟이 좋아했던 초록 뭉치

가을이면 새빨간 씨앗을 선물로 달았으니  

내가 초록과 빨강을 뒤섞는 이유야              

 

꽃을 많이 키우면서도 동네 마트에 가면 꽃을 기웃거린다

어, 이거 아스파라거스? 맞다 

추위엔 강하지만 건조해야 하고 햇빛이 좋아야하고

동향이라서 겨울엔 빛이 많이 부족한데...

그래도 안고 나왔다. 지금 그 시절을 불러내야 할 것 같아서                  

남편은 그걸 뭐하러 샀냐고는 하지 않았다. 나를 닮아 머리숱이 많다고는 했다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강나루 지나 아스파라가스 기억하니?“

아직 답이 없다

친구도 오늘 밤 그 시절 속에서 초록 뭉치를 꺼낼 것이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위로 뻗어 올리는 건 꽃일까?

초록에 눈이 멀어 꽃을 본적은 없어서

행운이지 우리, 다시 만난 건 

 

 

 

2022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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