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학1 영광 택시 - 이신율리 《열린 시학》2022년 여름호 영광 택시 - 이신율리 발걸음을 세는 일은 맑거나 흐려지는 날씨 그걸 숫자로 바꾸는 일은 잘라버린 꼬리가 자라는 동안 뒤축이 닳은 미터기를 고친다 행진곡을 따라 떠났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미안해요 난 이제 지도가 없어요 어떤 꼬리들도 그렇다 미터기 속 아이 웃음소리가 살고 새로 난 길이 가라앉거나 떠오르지 않는 살림살이가 좌표도 없이 떠 있다 답은 0이 되거나 밥이 익는다 해나고 바람 불지 않아도 뒤축이 닳는 오늘 반숙 달걀이 첫눈 내리는 표정처럼 명랑할 수 있다면 돼지비계의 마술처럼 사월이 끓거나 씀바귀처럼 알약이 써도 되겠지 더 이상 소화할 것이 없을 때 빈 영수증에 얼굴을 덜어 적는다 빨간 신호에도 멈추지 않는 숫자는 자다가 그린 그림 같아 겹치는 색이 많을수록 정지 버튼을 눌러 공터마.. 2022. 7.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