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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살구

상수리 나무

by 이신율리 2007. 10. 27.

 

 

 


 

가을이 점점 겨울을 찾아 나서는 길이면

내게 가을과 가장 먼저 만나는 어릴적 단풍나무는 상수리 나무였다

누런 잎이 살짝 파마한 것처럼 굽실거리면

내 가슴엔 온통 부푼 가을이 찾아 들었다

 

여름엔 푸르름이 넘치는 상수리 나무 아래 까치발로 서서

움푹 패인곳에 다닥거리는 등짝이 알룩 달룩한 풍뎅이를 잡아

잔듸가 널찍한 묘마당 비석앞에서

동생들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머리를 맞대고

풍뎅이 한마리씩 코앞에 놓고서 목을 반바퀴 휘익 돌리고

발도 두어개 잘라내고 눕혀 바닥을 정신없이 탁탁 쳐대면

여기 저기서 바람을 일으키면서 마구 돌아 대던 풍뎅이가 생각난다

그럼 우린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죽을만큼 아팠을꼬..)

 

이맘때 상수리나무 잎이 누렇게 물들때면

내 반만한 키에 도치? 메겡이? (나무로 된 엄청 큰 망치 모양)를 들고

동생들과 동네에서 가장 큰 상수리나무를 찾아 씩씩하게 앞장을 섰었다.

나무 밑둥을 치면 상수리가 깔깔거리며 발등으로 머리로 별똥별처럼 쏟아졌지

그럼 더 큰소리로 깔깔거리면서 반들거리는 상수릴 다람쥐보다 더 빠르게 주워댔었다

 

이렇게 가슴이 멎도록 가을이 짙어지면

엇그제 같던 그리운 내 유년시절이 생각나

자꾸만 고향 하늘을 올려다 본다.

 

 

 

2007.  10.  27             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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