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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살구

미안해요.

by 이신율리 2007. 10. 3.

 

 

 

엄마 ~ 

 

엄마 언제 키가 그리 작아졌어

그 전엔 나랑 키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 어느새 할머니처럼 되었어

내 중학교 땐 선생님이 엄마가 언니 같다 했었는데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엄마 피부도 좋았었는데

한달 전 검버섯 레이져를 쏘댔다고

살빛 밴드를 붙이고 다니네

엄마 나이에도 멋을 내는구나

 

엄만 시골에서 일을 많이 하셔서

다리가 아파 오자 다리가 되었네

걸음도 뒤뚱거려 가끔씩 이상해

 

엄마 팔뚝과 손등엔 왜 그렇게 검버섯이 많아?

은하수 뿌려놓듯 다닥거리네

드믄 북두칠성도 보여

 

엄마 나이도 많은데 아직도 이쁜 걸 좋아해?

가방도 옷도 신발도..

그 나이면 그냥 대충 사는 줄 알았어

 

엄만 춥다고 벌써 내복을 입었네

소매 짧은 옷소매 끝에 내의가 보여 깜짝 놀래서 퉁명거렸네

'엄마 다 보여' 엄마는 웃으며 레이스가 달려서 내의 아닌 줄 알꺼야

'누가 몰라"~~ 다 알어

 

엄만 아직도 귀염성 있는 옷을 좋아하네

내가 올케 주라고 내려 보낸 옷 엄마가 고쳐서 입고 있네

내가 좋아하는 회색빛이 나이 든 엄마한텐 어울리지 않는데..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똑같이 좋아해

배란다의 야생화 이것 저것 다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고..

엄만 못 키워!!  투덜거렸네

 

엄마 혼자 놔두고 운동가서 함흥차사 했더니

전화를 했네 어디야!!

쫌 있다 갈께 그러면서 또 함흥차사했네

 

엄마 효도 신발 사러 나갔다가 이쁜 빛깔 고르는 엄마한테

'편하면 되지~' 투덜 투덜~

나 같았음 더 고르고 난리가 아니었을껄~~

  

 

다리가 많이 아파서 수술 날짜 잡고 올라오신 엄마

검사 중 다른곳이 더 많이 아파서 다시 내려가셨다.

엇저녁 울다  전화를 했네

'엄마 다리 말고 다른데 아프면 절대로 안돼!!"

엄마가 그러네 '칠십년 살았으면 됐지"

그 대답이 왜 그렇게 서럽도록 가슴 아프던지..

"뭐가 칠십살이야 ~~"

울어도 또 울어도 울음 끝이 없어라

 

엄마 미안해요.

 

오늘은 엄마가 가장 이쁘다던 작은 분재 홍자단을 사러 갔다

내것은 안고서 주지 않은것이 엄마한테 미안해서

엄마한테 얼른 나으라고 선물해야지

아픈데 다 나으면 이쁜 옷도 사드려야지

늘 긍정적이고 밝으신 우리 엄마

아무일 없이 잘 이겨내시길 기도한다.

 

 

 

2007.  10. 5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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