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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서해섬 호도(狐島)

by 이신율리 2011. 6. 13.

 

 

 

여우의 형상을 닮은 섬 호도(狐島)

 

 

안개빛 새벽 4시 57분

서해안 고속도로엔

키 큰 소나무 실은 차, 기름차,  밥차, 노란 돼지 감자꽃이 함께 달린다

 바나나, 계란, 짱구(디따 큰거)를 오물대면서.. 벌컥 복분자 쥬스도 마시고

대천항 8시 배

7시 반에 도착

안개가 자욱하다

훅~  불고 싶다

대기하란 매표인의 말에 심란떨다가

 '과일도 싱싱 총각도 싱싱'이라 쓴 총각(별루 안 싱싱했음)한테 단 참외를 사고

8시 10분전에 출항한단 방송에

무료 주차장에 차를 앉혀 놓고 (차는 못 들어감)

이고 지고 (여행가면 1박이래두 꼭 3박4일처럼 짐을 쌈)

그리운 호도행 배에 마음 먼저 한자루 철푸덕 실었다

새색시처럼 얌전한 바다

남해섬처럼 빛깔도 푸르네

떠있는 부표의 깃발자락도 흥겹다

40분만에 도착한 호도

우째 선착장이 동네 개울가에 널판지 한개 걸쳐 놓은듯한.. 폴~~ 짝

 

 

 

유일한 교통수단 리어카

선착장 곁에 모범 리어카 손님을 기다린다

 

리어카를 끌고 나온 아줌니

아줌니: 혹시 서울에서 온다고 전화 한 분들 아녀유?

  나 아줌니: 아닌데요  ...                                        

        아줌니: 아직 정허지 않었으믄 우리집으루 가유 깨끗혀유~~

 우리들: 그러까유~~ 히히                                     

글찮어두 짐보따리 낑낑대던 판에 리어카에 짐을 실고 아줌니를 따라서 민박집 도착

         아줌니: 바다 나가서 고기 잡어올팅게 집 좀 보고 쉬고 있어유

우리들: 네 잘 다녀오셔요 집 잘 볼께여 ㅎㅎ            

 

온 동네 합쳐서 트럭 2대밖에 못봤어

자전거도 몇 대 없고

걸어서 다 해결될

바다에 떠 있을 시간이 더 많은 마을

느린 마을..

 

 

 

바다에만 오면 라면을 좋아하는 나 (바다 안 올 땐 일년에 한번도 안먹음)

 

라면 끓여 묵자~~

근데 바다에 왔으니 해물을 넣어 끓여야는데

친구: 지둘려봐

멀리~~물가에서 바그락 바그락 거리는 소리

나가보니 돌게 두마리와 조개 28마리, 놀래미를 씻고 있다

우하하~~ (쥔집 냉장고에서 자연스럽게 꺼내왔음)

양동이에서 뻐꿈거리는 소라도 한마리 넣고

푹 삶아서 배를 두드리며 먹고 난 국물에

라면 두개를 끓여 먹고 또 먹고

조개가 별나게 맛나더라

후식은 달콤한 사과

 

 

 

 

배도 부르고 휘어능청 어슬렁 해변으로 나가자

3분거리에 호도 해변 (이곳 민박집 주민들 말로는 1분거리 (백미터 달리기라면..)

유리 원료인 규사 모래로 유명한 해변

떡고물 같아서 쥐어 먹고 싶더만 (맹장때문에 참었음)

다섯주먹 비닐에 담아서 품고왔다 (시간내서 묵어야징 캥~~)

 

하나뿐인 해변은 키도 늘씬 십등신은 되겄다

휘어진것이 유연성도 그만여~

바다에 철푸덕 누웠다

고운 모래 감촉이 간지럽다

모래같은 웃음이 절로나온다

행복이 겹으로 쌓인다

착하게도 모래한알 몸에 붙지 않는다

눌러 살고싶다.

정든님만 있으면..

 

바다를 만나면 언제나 가슴이 울컥한다

추억속의 바다가 합세한다

춘장대, 학동

이제 호도까지.. 

 

 

 

 

1시간 넘게 해변을 산책하면서

눈에 무진장 힘을 주면서

돌로 유명한 호도 돌을 찾았다 

'눈내리는 밤'

'그 여인'

ㅎㅎ 내맘대루 돌맹이에 붙인 이름이다

 

 

 

 

난 이런 바다가 좋아

편해뵈는 작은 아이들

파래도 머리 풀고 딩굴

소라껍질도 먼 바다소릴 내고

돌맹이도 조갑지도 살곰 다그락거리는

작은 돌고래도 통통튀면 좋을꺼야

 

 

해변을 돌고나서

한잠 자고 일어나니 점심 때(일찍 섬에 들오니 시간도 넉넉하고 좋네~)

쥔집 아줌니가 꽃게 삶아먹으라 하신다 (우엑~~ 아침에 먹었는디요 할수도 엄꼬..)

꽃게 (다리 떨어졌음 두마리)

돌게 (맛은 구수한데 살이 별루 없음 세마리)

해삼( 널부러져 꼬질한 아이 항개)

가자미 (회쳐먹으라고 또 한마리)

주인님께 이렇게나 많이 선사받음

하고~~ 좋아라

큰 냄비에 또 삶아서 먹음

욱~~~~!!

느끼해서 후식으로 사과 또 항개

 

 

 

 

삼식이와 놀래미도 매운탕 끓여먹으라고 또 받았어요 에혀 

인물허구는..

삼식이 얼굴 참 거시기허게 생겼네

볼수록 고약시럽게 생겼는데 이름은 맘에 들어 히히~

삼식이~~ 예명 삼탱이~~

맛은 괜찮았어 좋았어

속이 느글거려 서로 안먹을려구 했음 ㅎ

하루죙일 꽃게에 매운탕에.. 우엑~~

아침 꽃게

점심 꽃게

             저녁 삼식이 매운탕

해산물은 좋은것이여~~!!

 

 

 

 

 

 

찔레꽃 향기따라서

사부작 사부작 발바닥도 좋아라 했던 산길

어느 길이 이렇게나 찬란하고 평화로울까

친구한테 그랬다 산길 이름 불러보라고

그는 이 길을 몽류길이라 불렀고

나는 찔레길이라 불렀다

몸서리치도록 꽃향내가 날려대고

초록물은 굽이마다 뚝뚝 떨어진다

아카시아 한송이 후두둑 훑어서

어린날 먹었던 맛이랑 똑같다며 꽃송이처럼 웃었다

때글한 솔방울 한통을 따느라

온몸이 송진향에 찐득했지

떡쑥 아구장 소풍나온 길은  눈물나도록 이뿌더라

 

 해변으로 내려왔다

쑥 한보따리 뜯어가던 아줌니의 말씀

쑥엑기스가 그리 좋다고

10분만 뜯으면 한보따리라고..

친구는 귀찮은데 나는 좋아라 벌써 쑥밭으로 날아왔다

30분만에 두 보따리를 뜯고나니

어스름 해가 내린다

모래위에 누워서 별을 만든다

파도소리에 그네를 탄다

모래 어디에 숨긴다 오늘 하루

그 향기롭던 오늘이 진다

 

 

 

아침 6시 기상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함박웃음

어젠 하루종일 구름이었는데

동네 한바퀴 돌자 사진을 담자

 

몽환적이던 호도 항구

빛과 햇살이 눈부시게 나린다

골목대장처럼 온 동네를 누빈다

붓꽃 한가득 피워대던 꽃밭

동네 가운데 우렁차던 느티나무

정이 다래 다래한 골목길들..

활짝 펼친 마당가 빨래줄마다 섬마을 풍경이 대롱거리고

안개가 고운 여인네처럼 내리던

아침 아침..

 

 

구석 구석 실눈만 떠도

모두가 고기잡이 풍경이 빠글~

눈 감아도 섬마을이다

 

 

만지작 거려 보고 싶었지

무겁지 않을까? 생각했었지

하나 둘 셋 ..

해녀 5인분이네

 

 

민트색 담벼락에 넝쿨 장미

바탕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화폭에 휘리릭 빛깔 오버해서 담고 싶은 풍경이다

이뿌다 이뿌다 

참 이뿌다

 

 

푸른배와 주홍 섬마을 지붕

촌스럽게 정답게 잘도 어울리네

 

이 풍경을 담을 때

얼마나 가슴이 따뜻했던지

곁에 있던 그대 눈치 챘소?

 

 

민박집 창문 넘어 그림처럼 보이던 호도교회

단아하고 이뿌고..

내 진정 사모하는 친구가 되시는

구주 예수님은 아름다워라~~♪

작은 소리로 찬양드리고 싶었던 아름다운 교회

 

 

 

청파초등학교 분교

내가 처음으로 배웠던 가요 '섬마을 선생님'과

동요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이렇게 저렇게 흥얼거린다

운동장가에 기대서서 바라보던 ..

그건 꿈이었다

 

 

 

호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호도초소

 

동네 한바퀴를 돌고 나니 배가 고프다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먹자

대뜸 밭으로 들어가 상추를 뜯고

길가에선 갓을 뜯고..

먹거리가 동네천지네 ㅎㅎ

입 터져라 싸먹던 삼겹살

 

 


 

쥔님께서 회로 먹으라던 가자미 몇토막을 미끼로 낚시를 하자

널판지 깔고서 두어시간 낚시를 했지

한번 올린 낚시에선 파래만 너펄대고

입질 한번 강했던 시간은 놓쳐버리고

나는 푸른 바다 동영상 찍는다고 카메라만 만지작거리다

에이~~c 하고선 우산쓰고 널부러졌지 (바다에 둥~ 떠있는 기분였어)

고기 담을 물통 안가져 오길 잘했어 으히~~이

쥔 아저씨 말씀 (가자미는 안물어유~미끼는 오징어나 지렁이가 좋아유~)

 

에혀~어제 다 못 뜯어낸 쑥이나 뜯으러 가자

서서 뜯는 쑥은 처음이여~~ㅎㅎ

키가 나만큼 크다

햇살도 큰 오늘이다

곁에서 쑥 뜯는 친구 손이 땡땡이를 칠려고 한다

 재미없나보다 인상이 별루였어



 



 

점심밥을 먹고는

어제 갔던 해변이랑 반대편인 몽돌해변으로 가보자

황톳길이 다정하다

여기도 찔레꽃이 가득하고

엉겅퀴 보랏빛이 섬마을을 닮았다

어제 만난 호도해변이 여자라면

씩씩한 바윗돌들이 떡 버틴 몽돌해변은 남자라네

한바퀴 휘리릭 돌고선

어제 들렸던 산으로 가자 솔잎을 따자

 

떠나기 전에 해변으로 갔다

 물속에서 텀벙 장난치는 청년들

그 젊음이 기분좋다

모래에 살금 누워본다

햇살속에서 만나는 모래 감촉이 열여덟 속살같다

잘있거라

또 만나자

 




 

시간은 갔다

멀리 지난 봄 들렸던 삽시도 해변이 보이고

나는 무심히 크라운산도를 갉아먹는다

바다 부표 붉은 깃발이 살풀이 춤을 춘다

 

대천항이 온통 수줍게 붉다

토끼풀꽃 가득한 잔듸에 앉았다

이제 떠나자

졸지도 않고 착하게 잘도 간다 우리들..

행담 휴계소에서 랭면을 먹고

커피와 플레인 어쩌구하는 맛난 걸 마시고

착한 휴계소표 맛사지 기계에서 목 어깨도 드르륵 풀고서 출발~~

 달무리 가득하고

그 반쪽 달이

나를 따라온다

............

 


201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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