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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경상도

겨울여행 셋째날 - 소매물도

by 이신율리 2011. 12. 16.

 

 

겨울 바닷가 펜션..

등판은 봄날인데

콧등은 초겨울이다

침대에서 딩굴대면 초겨울이요

땅바닥으로 내려와 엎어지면 봄날

 

커텐을 슬며시 열어본다

어디가 동쪽인지도 모르는 살구탱이

혹 이쪽에서 해가 뜰지도 몰러~ 하면서 ㅎ

바닷물은 아직 컴컴한것이 생판 모르는 아저씨다

소매물도 8시 반 배

아침 준비는 엇저녁 가득 끓여 놓은 된장찌게에

묵은 김치 찢어먹기

맛나다

아~~ 맛나다

펜션 정리하고 썬크림 바르고 어쩌고 하다보니 8시가 넘었네

헐레벌떡~ 오메 입술은 배에서 바르자 ㅎ

짐 둘러메고 100미터 뛰기로 배에 오른다

이렇게 춘날 그 외딴섬에 가는 이가 왜케 많은겨..

떠난다고 작은배는 맹맹한 뱃고동을 울리고

바이킹 배는 소매물도로 떠난다

가다 가다 대매물도에서

친구네 집 놀러가는 한 아줌니 바리 바리 짐 보따리랑 태우고선 소매물도로 직행

11가구가 산다는 생각보다 작은섬 소매물도

선착장도 꼬맹이다

 



 

 

바람찬 흥남부두다

귀 한쪽이 도망가도 모르겠다  씽~ 쌩~

마음을 녹이느라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등대섬을 돌아가는 산책로를 택했다

이런 길이 좋다

삐리하게 좁아서 나뭇가지랑 부딪치는 길

자금우가 빨강 열매를 달고 벙실 벙실

마삭줄이 만국기처럼 펄렁 펄렁

아항~이 아이들이 판매하는 거제도 마삭이구나 하면서..

찬겨울 따스한 햇살이 구석 구석도 비친다

내 어린날 추억 가득한 키작은 망개 위에도..

아~ 남쪽은 가슴까지 따뜻하다


 


 

 

 

등대섬 직선으로 가는 코스에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느라 내 안의 감기가 추워서 다 떨어져나갔다

우리강산 좋을시고!!

바다에 맞춰 흰구름이 둥실~거리고

후딱도 바람차게 배는 지나고

얼씨구나 좋다

참말 좋구려~~

아니 노진 못허리라~  ♬~

 


 



 

 

등대섬을 보려고 소매물도를 찾는단다

2시에 물길이 열린대는데

그럼 문어 낙지도 만날까?

소라도 한웅쿰 잡고

해파리랑 씨름도 하고 싶고

말미잘도

해삼 멍게도..

떠나는 뱃시간이랑 함께 열리네

바람은 돌덩이도 옮길듯하고

바닷물은 내년이 되어도 열리지 않을듯 씩씩허니..

 

힘센 아저씨들도 돌아서 간다

그 뒤를 우리도 따라 올라간다

 빨강 천남성 열매를 줏어든 아저씨

예전엔 천남성 뿌리를 사약에 사용했다는 말씀을..

내가 그랬다

'아자씨 그거 뿌리 캐오셔요 쓰게여~~'

어따여?

 '히히~ 닭 잡을 때 쓰게여~~' 우히~

 


 



 

 

등대섬보다

나는 이런 풍경이 좋다

억새잎이 풀잎처럼 누워대는

바람이랑 얼싸안고 얘기하는 것 같은..

이런곳은 가슴에 담아 둬야돼 하면서 셧터를 누르고

바람과 싸우느라 있는 옷 다 껴입었더니 엄마 하마네 ㅎ

 

햇빛 밝은곳 너부대대 바위를 찾았다

바람은 날아갈듯 불어대는데..

체한것도 잊고서

모나카 한봉을 다 털어 먹었다

군데 군데 키큰 바위가 버티고 섰는데

혹 이런곳에 석곡이 자라진 않을까??

그럼.. 행복한 구경거릴껀데 ..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꽃봉오리를 연다

이파린 꼭 동백기름을 바른듯 윤기가 어지간허다

가만 보고있자니 내 얼굴도 반지르르 청춘인 것 같다 

 



 

 


 

온통 파랑이던 소매물도

보라 엉겅퀴가 쪼글시고 피어있다

노랑 섬국화도 눈꽃처럼 피워대고

바위곁에 연보라 들국화도 구름을 닮았다 

 

어딘가 여행을 떠나면

구석 구석 골목길을  쏘다니는것을 좋아한다

옛날 풍경이 좋다

못난이 돌을 쌓아 삐툴삐툴 담을 치고 

아구장 시골스런 그림을 그린 벽화 담벼락

세상 풍파 다 겪은 늙은 동백나무길  돌 계단

주홍빛 섬마을 지붕이 바다보다 이쁜곳

작지만

소박한 섬마을

 

두살 터울 이모가 내게 가장 먼저 가르쳐줬던 노래 '섬마을 선생님'..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몇번을 불러도

첨 부르는 것 같은..





 

 


 



 

 

2시 반배가 소매물도에서 떠나란다

내가 좋아하는 마른 파래를 한다발 사서 안고..

점심을 먹어야지

사흘 여행길에서 처음 사먹는 밥이다

멍게비빔밥과 생선구이

보기엔 조기와 비슷허게 생겼더만

맛은 멍~ 하다

어째 이름이 그렇다 했다

열기가 뭐냐 열기가.. 닫기라믄 몰라두..

 

 


 

 

 

저구항에 내려 통영으로 간다

서쪽 바다가 붉어진다

또 중앙시장이다

문어 바지락 말린도미 대합 한가득 실고서 네비에 집을 두드린다

돌아오는 길에

가장 큰 친구는 달이다

잠깐 한눈을 팔다보면

먹구름 사이로 숨는다

'나와~~!' 소리친다

히~ 하면서 나온다

그럼.. 

나는 달처럼

달은 나처럼 웃는다

신탄진 휴게소에선 오나 가나 밥만 먹었네

고아같던 충무김밥에 설익은 라면 ㅎㅎ( 꼭 신랑 각시 같었음 ㅋ)

불빛 사이로 함박눈 쏟아지던 함양길

영화 한판 찍고 싶더만..

 

친구 잠이 올까

나는 또 시작한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혼자 걷노라니 수평선 넘어

갈매기 한두쌍이 ...'

바닷길을 가면서

한번도 빼지않고 부르는 동요 '바닷가에서'

 

다 끝나면

얼룩송아지도 부르고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도

흑산도 아가씨

노랫가락

새마을노래..


 

 

아름다운 바다를 가르쳐준 친구가 고맙다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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