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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살구

태풍전야

by 이신율리 2012. 8. 27.

 

 

 

 

 

 

 

 

몇일전부터 큰태풍 온다고

평소 TV 켜지도 않는 나

오늘은 몇 번이나 뉴스를 본다

원래는 태풍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재작년 태풍에

방충망이 하늘에서 박쥐처럼 날아다니고

유리창이 수십장 깨지고

그 아래서 자동차는 또 박살나고

근처 산이 전쟁터처럼 쑥대밭이 된 걸 본 후로는 태풍이 무섭긴 하다

이번 태풍이 그 위력이란다

 

아침 반짝이는 햇살에

잠깐 태풍을 잊고서

엇그제 주워온 땡감 으깨서 감물 들여

배란다에 긴 광목자락이 펄럭인다.

아침 고구마 하나에 옥수수 하나 먹고

왠일로 냉동실에서 길다란 초코렛을 꺼내서

혼자 다 먹어 치웠다

태풍이 온대니 불안했었나?

내일 오전 병원 예약도 금요일로 미루고

병원가다 날아가믄 어쩌나

아님 힘센 것들이 내게 날아오믄 어쩌고..

배란다 꽃님이들 다 들여야겠다

대머리 되기전에..

 

아~~ 가을이 오나

마음도 싸한 하루다

이 가을 휘돌아 칠 꺼리 찾아야겠다

태풍아 가만 지나가라..

 

 

2012년 8월 27일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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