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부터 큰태풍 온다고
평소 TV 켜지도 않는 나
오늘은 몇 번이나 뉴스를 본다
원래는 태풍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재작년 태풍에
방충망이 하늘에서 박쥐처럼 날아다니고
유리창이 수십장 깨지고
그 아래서 자동차는 또 박살나고
근처 산이 전쟁터처럼 쑥대밭이 된 걸 본 후로는 태풍이 무섭긴 하다
이번 태풍이 그 위력이란다
아침 반짝이는 햇살에
잠깐 태풍을 잊고서
엇그제 주워온 땡감 으깨서 감물 들여
배란다에 긴 광목자락이 펄럭인다.
아침 고구마 하나에 옥수수 하나 먹고
왠일로 냉동실에서 길다란 초코렛을 꺼내서
혼자 다 먹어 치웠다
태풍이 온대니 불안했었나?
내일 오전 병원 예약도 금요일로 미루고
병원가다 날아가믄 어쩌나
아님 힘센 것들이 내게 날아오믄 어쩌고..
배란다 꽃님이들 다 들여야겠다
대머리 되기전에..
아~~ 가을이 오나
마음도 싸한 하루다
이 가을 휘돌아 칠 꺼리 찾아야겠다
태풍아 가만 지나가라..
2012년 8월 27일 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