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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소백산

by 이신율리 2014. 2. 9.

 

 

 

 

 

 

 

 

 

 

 

영동지방 눈 폭탄!

 

어째 나는 오늘까지 소백산이 강원도인 줄만 알고 살았을까

 

초등학교 때 사회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것이 분명하다.

 

 

 

명절을 맞으면서 감기를 앓았고 힘들었고

 

소백산 욕심만 품고서 눈 풍경을 그리면서 달렸다.

 

지난해부터 별렀던 소백산인데

 

친구가 아픈 바람에 늦어졌다.

 

올해 마지막 겨울 산행일 것만 같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떠난 길이다.

 

 

 

가는 길 내내 산 꼭지에 잔설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어쩐 일일까?

 

그 사이에 따뜻한 바람이 다 먹어 치웠나?

 

꼭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멀미,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겨우 내려서 비틀거리면서 멀미를 다 쏟아버렸다.

 

휘청거리는 걸음은 딱 자리 펴고 눕고 싶었다.

 

무릎도 아프기 시작하더니 골고루 속을 썩인다.

 

그래도 같이 간 친구때문에 잘 구슬린 다리를 끌고서 비로봉을 향해 갔다.

 

오르는 내내 눈은 커녕 돌맹이만 어찌 그리 사나운지

 

빈 속에 효소와 약밥을 먹어 기운을 차리니

 

눈앞이 번해진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상 가까워 오는 전나무 숲길은 최고였다

 

여름날이면 또 어떨까?

 

뚱뚱한 참나무와 구부러진 낙락장송 

 

그 길을 여름날 다시 걷고 싶다.

 

 

 

비로봉으로 오르기 시작하면서 눈발이 굵어졌다.

 

칼바람이 출연하다는 민둥 능선이다.

 

오늘은 바람이 다 어디로 놀러를 나가셨는지

 

그래도 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아프다.

 

비로봉 표지석에 점을 찍고

 

내려서는 계단엔

 

사람이 걷는 계단, 바람이 눕는 계단이 따로 있더라

 

상고대에 취해서 아주 눌러 하룻밤 꽃이 지듯 그러고 싶었던

 

그 풍경 기억하면서

 

또 한 해를 지내리라

 

 

 

 

 

2014년 2월 8일  살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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