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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충청도

천리포

by 이신율리 2014. 4. 6.

 

아침 기온 영상 3도

초겨울이 이렇게 추웠던가?

 천리포를 향해 떠났다.

내가 좋아하는 행담도 휴계소에서

코다리찜에 계란찜, 오이무침 미역국에 아침 뚝딱하고 출발

2009년 4월 24일, 2010년 4월 14일 두 해를 그렇게 다녀왔었다.

좀 이른 감은 있지만 한 열흘 초여름 날씨처럼 따뜻했으니

천리포의 목련도 피었을꺼야

천리포가 가까울수록 불안감에 불이 붙는다

담장 밑에 동백만 발그레하고

목련은 털 복숭인채로

가끔씩 양지쪽 핀 목련은 서리를 맞아 녹슬어 버렸다.

길가에 벚꽃은

"왜 벌써 왔어요?" 하고

눈도 뜨지 않고 중얼댄다.(서울은 다 떨어졌고만 쩝~)

태안에 봄꽃은 개나리가 제철이요

땅꼬마 수선화가 텃밭 구석마다 바람에 졸고 있다.

천리포 도착

찬바람 왕 썰렁~~~

친구와 표를 사기전 담장 밖에서 일단 동태를 살피자고 철조망 근처로 가니

오메~~  한겨울여라~~

입구에 내 얼굴만한 목련은 온데 간데 없고

연못가에 가장 이쁜 자목련은 지난해 스트레스를 받았나

날 기다리다 지쳤는지 붉은 목련은 꽃 봉오리 딱 세개 피려고 움찔댄다

겨우 조각 목련만 흐드러지게 피었길래

철조망 구멍으로 폰을 대고 찰칵 하얀 목련 또 한번 찰칵

 

 

 

 

천리포 식물원은 생략하고

갑자기 장난기 발동

포자로 끝나는 바다는?  만리포, 천리포, 십리포, 백리포, 일포, 이포, 여포, 저포.........북어포   다 있을껴 가보자

천리포 수목원을 돌아가니 바로 천리포 해변이 나온다. 천리는 다 안되더라도 꽤 넓은 해변이다.

바람이 너무 차 봄날이 왜그래

폼은 안나지만 오리털 잠바 입고 오길 잘했어

친구가 처음엔 얼마나 구박을 하던지

나 " 그래도 스카프는 노랑이잖여 봄빛 노랑!!" 버럭~~!!

지금 4월에 웬 오리털이냐구  차에서 내리라고 할듯이 꽥꽥거리더니

"잘 입구 왔다 오늘은 오리털이 제격여"  온순허게 ㅋ

여기저기 덜덜떠는 청춘들이 가엾네 푸하~~

살구의 선견지명 하이궁~~

 

 

 

만리포 해수욕장 말만 들었지 처음 가는 길이다.

'만리포 사랑' 콧노래를 신나게 부르면서 만리포로 간다. 넓다 그래서 만리포로군 흠

이젠 백리포로 가자

정말 백리포도 있다

솔밭길을 돌고 돌아 내려가니

옴팍한 곳에 자리잡은 작은 해변이다

여름날 오붓하니 텀벙대기 제격이겄다

춥다 너무 춥다 해국도 바위틈에서 목도리 두르고 꿈쩍 안는다

소라껍질 하나 주워들고 백리포 해변을 빠져 나왔다.

오십포는 없네 일포도 없네 삼백칠십오만팔만포도 없네 

포, 포 이것이 다인가보다

 

몽산포로 가자

나는 꿈 夢자 든 이름이 좋아 ㅎ

쭈꾸미 철이렸다

쭈꾸미 1키로 알배기로 사서 식당에서 달달 볶아 먹고 음, 너무 달았어 캑~

찬바람 맞으며 붕어 싸만코에 맛동산을 먹으면서 몽산포에서 헤룽헤룽 돌아다녔다.

 

벌써 3시다.

내가 좋아하는 마량리에 홍원항, 동백정, 춘장대를 가야하는데

시간이 다 가버렸다. 요즘 내가 비실대니 동작이 굼떴나보다.

 

서울로 가는 길에 서산 마애 삼존불의 미소나 보고 가자

오늘은 쳇바퀴 돌듯 돌고 돈 일이 많았다. 포 자 들어가는 해변을 찾는다고

가는 곳마다 개가 판을 쳤다

천리포에선 '하늘이' 그레이하운드란 경주 개를 만나 헤헤거렸고

천리포 해변가에선 귀염탱 강아지 그물에 목을 돌돌 말고 있는 걸 구해줬고 음.

용현리 삼존불 만나러 가는 길에

이정표를 따라 갔던 작은 불상 터로 오르는 길에서

나는 쑥쑥 자라는 쑥을 뜯고

친구는 머야 머위? 머위를 뜯고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근사한 고풍 저수지의 수양버들에 마음 뺏겼다가

산천어가 살 것 같은 삼존불 오르는 길 계곡물은 참 맑기도 했다.

 

 

역사책에서 만났던 백제의 미소를 오늘에야 만났다

빛의 각도에 따라 해가 뜨고 해질녘 미소가 다르다는데

오늘은 너무 늦고 햇님은 들랑날랑

두툼한 미소가 찬바람을 다독인다

나는 오른쪽의 반가사유상 보살의 익살스런 미소가 재밌더라

돌틈마다 청보랏빛 현호색이 공손하다.

 

 

 

꿈처럼 희망처럼 동전처럼 콕콕 박혀 있는 민들레 동산

찬바람을 다독이며 피고있는 질긴 민들레처럼

새봄엔 향기나고 고운 일만 만들자.

 

태안은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

다정한 곳이 많은 곳이다.

맑은 기운 받아서 나도 새 마음으로

봄을 일궈야겠다.

 

 

2014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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