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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전라도

석정 문학관 - 고창

by 이신율리 2016. 6. 12.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은 더 밝다.

아침 일찍 챙겨먹고 어젯밤에 본 '석정 문학관'에 가려한다.

여행 도중 문학관을 만나는 일은 시인 한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백합죽을 찾으러 가는 도중 식당은 못 찾고 횡재하듯

'석정 공원'을 만나 산길을 걸어 걸어 올랐다.

이정표는 시력을 잃었고 더듬거리며 찾은 얕은산 위엔 석정의 묘비와 시비가 있다.

마가렛은 눈이 온 듯 피었고 쌍쌍이 오리는 수련 피기만 기다린다.










석정의 숲에서 놀다가 결국 아침은 분위기완 어울리지 않게 선지 해장국이었다는

'석정 문학관'에 가자





사진과 편지가 많은 따뜻한 문학관

영상실에서 더 가깝게 석정 시인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 뿌듯하다.

허리를 곧추 세웠다.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여류 3대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는 매창 공원이 가깝다 해서 찾아간다

매창 - 1973년 ~ 1910  기생, 여류시인




이화우 - 매창


이화우 흩날릴제 울며잡고 이별한 임

추풍 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옛 님을 생각하며 - 매창


봄은 왔다지만 님은 먼 곳에 계셔

경치를 보면서 마음 가누기 어렵다오

짝 잃은 채, 아침 화장을 마치고

거문고를 뜯으며 달 아래서 운다오

바라보는 꽃에도 새 설움이 일고

제비 우는 소리에 옛님 생각 솟으니

밤마다 님 그리는 꿈만 꾸다가

오경 알리는 물시계 소리에 놀라 깬다오




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며  -  허균


아름다운 글귀는 비단을 펴는 듯 하고

맑은 노래는 구름도 멈추게 하네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무리를 두고 떠났네

부용꽃 수놓은 휘장엔 등불이 어둡기만 하고

비취색 치마엔 향내가 아직 남아있는데

이듬해 작은 복사꽃 필 때 쯤이면

그 누구가 설도의 무덤곁을 지나려나


매창 공원엔 매창의 시비도 많지만

그의 죽음을 애도한 시인들의 시비도 많다.





뜻하지 않게 매창공원 구석에서 명창 '이중선'을 만나다

언니는 그 유명한 명창 이화중선

묘비 앞엔 언제 어디서 누구의 딸로 태어났는지 모른다는 경주 이씨라는 구절만 슬프다.

가만 서서 당대의 명창 이화중선으로 인해 날개를 펴보지 못하고

골방으로 시들어갔을 애닲은 이중선 명창의 혼을 짐작해본다.

타고난 목구성이 언니만 못했으므로 갖은 노력을 해서 그도 명창이었거늘

묘소앞엔 이제야 꽃잎을 놓는 해당화만 무정터라



내친김에 고창에 있는  '미당 문학관'에 가자고



고창에 왔으니 풍천 장어를 막자고, 먹다 말고 찍었음






아, 된장 ~~(이 대목에서 이러면 안되지  고상한 말을 써야하는데 아, 그래도 된장~~ )

월요일 휴관!

복분자는 속없이 익어가고 안 따먹는다 안 따먹어





미당의 질마재 길을 걷고

논둑길을 걷고 부슬거리며 비는 오고



구름은 마을로 내려오고

가만 보니 어째 모를 저리 심었다냐 개성있네



오후 3시쯤 되었네

서울 가자고 이젠

달리다 차를 돌린 뽕밭. 오디 따는 여인들

오디 좀 사자고 했더니 따먹으란다

세상에나 이렇게 달고 손가락 마디만한 오디는 첨봤어

배부르고 따먹고 두 소쿠리 일손 덜어주고 오면서 먹으려고 사려고 했더니

그냥 싸주시던 '선운 농장' 장로님 복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다시 갈께요 오디 날 때요.


네비를 좇아 서울로 오는 길

네비 말 안 듣고 오다가 요상한 용인 에버랜드 뒷골목

대낮이면 청룡열차라도 한바퀴 돌면 쓰겄더만

가로등도 없는 그렇게나 깜깜한 길에서

과속턱 한 오샙개는 만났지

한시간은 딩동거렸어

아마 도깨비 길 일 껄~~


밤 열시에야 겨우 다리 뻗었네

여행길에서 만나는 먹거리 볼거리 알거리

여행은 신이 주신 선물이 맞다고 박수치고

주신 몸 잘 가꿔

주신 복을 누리자



2016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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