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이 아직 푸른데
부석사 오르는 은행나무 길과
사과밭에만 가을이 온 거지
사람은 아닌데
꽃은 얼굴이 커야 이뿌단 말이야
이렇게 북실거리는 맨드라미는 첨이야
씨 몇 알 받아왔지 엄마 갖다 주려고
영주에 오니 가을 같아
단체로 관광버스에서 내린 마흔명쯤 되는 아짐들
외나무다리 앞에서 단체 인증샷만 하고 그냥 가더라
세번 째 온 무섬마을
다리도 건너고
건너 물가 백사장도 푹푹빠지며 건너보고
그래야 외나무다리가 섭하지 않지
고향 친구 둘과 함께 온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 길을 걷고
사과 한 박스씩 안기는 친구
산마를 사주는 친구
서로가 주고 싶고 또 주고 싶은 친구들
영주는 세번 째 길이다
순전히 무섬마을 때문이다.
새벽이면 강가에 물안개가 기막히다는데
언제 한번 그곳에서 자고 싶다.
어릴적 얘기가 끝없이 딸려 나오던 길
매년 가자던 여행이
동학사 다녀온 뒤 5년 만이었지만
단풍보다 더 고왔던 날
마음에 맞는 친구가 있다는거
그래서 가을은 행복할 수 밖에 없다.
2016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