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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군자란 아줌마

by 이신율리 2021. 3. 18.

 

 

 

 

 

시골에서 온 배추를 들고 밤 여덟시 봄동 아줌마네 아파트

낮에 산 오렌지도 반 덜어서 들고

전화를 하니 군자란 꽃을 들고 내려오신다

책상머리에 꽂아 이뿌잖여~

직접 깐 은행도 주시고

오렌지는 있다고 가져가 먹으란다

바래다 주시면서 며칠 아팠는데 오늘 천마산에 다녀왔다고

언제 천마산 한 번 가자고

 

집에 와서 군자란 꽃을 꽂았다

실은 군자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사람 같거나

신나는 음악 앞에서 어깨 한 번 들썩거리지 않는 사람 같아서

그런데 오늘은 어디 보자 어디가 군자답게 생겼을까 하니

잎이 참 듬직하게도 생겼구나 이파리가 꽃의 몫을 넘는구나    

그 잎에 편지라도 쓰고 싶은 밤

 

봄동 아줌마가 군자란 아줌마로 바뀐다     

향기는 없지만 봉오리는 세 개나 남았다 

한참 가겠다

 

 

2021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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