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결혼기념일과 철쭉

by 이신율리 2021. 4. 30.

 

 

 

 

 

 

나비 나비

 

 

 

 

느닷없이 국립 수목원

점심으로 떡, 간식, 쓸데없이 과자

느닷없음은 부실을 불러온다     

 

 

 

 

명자처럼 핀 명자꽃

저 붉은 입술

 

 

 

 

라일락을 누군가는 귀신처럼 핀다고도 했지만

살결 고운 미스김

 

 

 

 

복주머니란 또는 개불알꽃

그 옛날엔 산에 가면 천지 피었던 꽃이라는데

이젠 귀한 꽃

 

 

 

 

국립 수목원 광릉내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 '광릉 요강꽃'

철쭉 필 때 핀다

 

 

 

우와~  철쭉 철쭉

 

 

여기 또 철쭉 철쭉

 

 

 

 

 

 

결혼기념일과 철쭉

 

 

 

화들짝 핀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진달래가 지고 나면  철쭉이라도 피어야

결혼 기념일이 올 것 같아서

다행히 철쭉은 어디서나 피지만, 어디나 피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새 잎 나는 소리로 노래하는 새가 있을 것 같은 국립 수목원엘 간다

다른 꽃은 몰라도 오늘 철쭉은 피니까

 

오랜전 아, 오래전이다

신혼여행길에서 나는 일부러 맞춰 입은 것처럼

꽃분홍 철쭉 앞에서 초록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었으니까

 

큼직한 꽃송이가 내게 없는 언니 같아서

철쭉 언니를 불러 내 곁에 앉혀두고 싶을 때가 있다    

흰색은 잃어버린 기억 같고

흐린 분홍은 다시 올 기억 같기도

꽃분홍은 어느 이름이든 부르면 달려올 것 같아서

작은 분재로 오래오래 키워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서 지지 않고 피는 꽃이 있다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가 그렇고

다알리아 칸나 과꽃도 빠지지 않고 기억속에서 피고 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린 날을 제치고 결혼기념일에서 출발했구나     

진달래 구경도 못했던 곳에서 자라선지

철쭉에 관한 기억이 초록 바탕에 또렷하게 자리하고 있다

 

초록이 시작일 때 내 인생도 시작이었고

철쭉이 필 때 내 인생도 피었었던가!

 

 

 

 

2021년 4월 30일

 

 

 

 

 

'나비야, 나야 > 모란과 작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 접시꽃  (1) 2021.08.06
꽃밭 이야기  (0) 2021.07.02
고향의 봄  (0) 2021.03.28
군자란 아줌마  (0) 2021.03.18
봄동 아줌마  (0)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