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도 달력
- 이신율리
해를 쪼아 먹는 오늘을 쫓았어 인도니까
나뭇가지 끝에 아이들이 매달려있어
점박이 여우나 붉은 물개가 나무 아래
쏟아져 있기도 해
지네와 개구리가 속삭이는 말을 해독할 독이 필요한데
어떤 숫자를 잘라내야 체크무늬 내일이 올까
눈이 커지는 밤은 사흘이면 충분해
가면을 벗고 따라와 등 뒤에 내가 있어
비 오는 수요일을 찾아야 문제를 풀 수 있지
태양의 자세 끝에서 졸고 있는 얼룩말
고약 같은 꿈 꾸면서 박카스처럼 웃지
오답이 늘수록 경쾌해져 스트라이프 티셔츠처럼 괴담을 걸치고
내년 달력 속 수다스러운 동물원으로 놀러 와
꽃 양산 쓰고 새로 산 블라우스 입고 노랑과 샛노랑과
사바나캣을 만날 때까지만
가끔 세상에 없는 안부를 물으며 찌개가 끓어
저울로 잴 수 없는 내일도 동물에 포함할까 봐
노트를 펼쳤다
하고 싶은 말은 나비보다 나방이 좋다
백합은 칠 년에 한 번 피는 마녀의 꽃이라고 불러야지
내일은 우리의 노트를 심을 거야, 물 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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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열린시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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