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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내일, 인도 달력 - 이신율리 《열린 시학》2022년 여름호

by 이신율리 2022. 7. 5.

 

내일, 인도 달력

 

 - 이신율리

 

 

 

 

해를 쪼아 먹는 오늘을 쫓았어 인도니까

 

나뭇가지 끝에 아이들이 매달려있어

점박이 여우나 붉은 물개가 나무 아래

쏟아져 있기도 해

지네와 개구리가 속삭이는 말을 해독할 독이 필요한데

어떤 숫자를 잘라내야 체크무늬 내일이 올까

 

눈이 커지는 밤은 사흘이면 충분해

가면을 벗고 따라와 등 뒤에 내가 있어

 

비 오는 수요일을 찾아야 문제를 풀 수 있지

태양의 자세 끝에서 졸고 있는 얼룩말

고약 같은 꿈 꾸면서 박카스처럼 웃지

오답이 늘수록 경쾌해져 스트라이프 티셔츠처럼 괴담을 걸치고

 

내년 달력 속 수다스러운 동물원으로 놀러 와

꽃 양산 쓰고 새로 산 블라우스 입고 노랑과 샛노랑과

사바나캣을 만날 때까지만

 

가끔 세상에 없는 안부를 물으며 찌개가 끓어

저울로 잴 수 없는 내일도 동물에 포함할까 봐

 

노트를 펼쳤다

하고 싶은 말은 나비보다 나방이 좋다

백합은 칠 년에 한 번 피는 마녀의 꽃이라고 불러야지

 

내일은 우리의 노트를 심을 거야, 물 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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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열린시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