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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살구

by 이신율리 2022. 10. 5.

 

파마머리는 빗을 일이 별로 없다

샴푸를 하기전 두피 맛사지 차원에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빗고 

거울을 보면 폭소를 터트린다

얼굴의 3배 만큼은 되는 머리칼이 정전기의 응원을 받아서

아, 이 대목에서 사진을 올려야 하는데...

이런 헤어스타일 괜찮네 바꿔볼까?

이러고 나가면 어떨까? 사람들 다 도망가겠지 별별 생각

샴푸할 생각은 안하고

생각이 끝나면

빗으로 빛이나게 두피를 톡톡 탁탁 툭툭 부드럽게 그러다 조금씩 강도를 높여서

빚쟁이에게 빚을 재촉하는 것마냥(해보진 않았지만 그럴 듯하게)

툭딱툭딱 치면 제 정신으로 돌아와 그때부터 샴푸 시작

 

 

오래도 사용했다

십년도 훨 넘었으니

큰아들이 집에 왔다가 잘 안보이는 곳에 두었는데 어떻게 봤나

빗이 왜 그래?

어, 오래 써서 그래 아직 쓸만하니 나중 사려고

 

오늘 새 빗이 왔다 똑같은 걸로

새 빛 같다

 

 

샴푸할 때마다 

이상한 헤어스타일로 마법을 부리면서

또 얼마나 웃어댈까

 

빗! 하고 가만 말해보면

마음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아 

큰아들 같은 빛이

 

 

202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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