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이야기
사람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배를 넘어가던 구렁이가 있었지 그때부터 더위를 느끼지 못했어 기억은
시린 부분만 남겨두고 파먹지 힘줄마다 붉은 독니가 돋아 단숨에 따뜻한 것
을 타고 넘지
소나무 가지에 매달았던 소름을 받아 써봤지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소름
한 방울 받아 적었지 꿈틀거리던 눈빛과 마주쳤을 때 빠르게 그늘 속으로
우거졌지
깜깜한 묘지에서 겨울 별장이 걸어 나와 해를 일곱 개나 잡아먹은 시체꽃
은 창문을 닫고 묘지에 기대 낮잠 자는 나를 큰 소리로 불러내 청춘가를 부르
면 몸이 차가워져 사는 것보다 더 흔들리는 답은 뿌리 깊은 응달에 박혀 있지
사람들은 은근히, 소름 돋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여름은 꽃 피울 시간이 없어 세상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 일곱 살을 삼킨
이빨 자국만 선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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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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