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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계단/풀꽃

이것도 사는 맛

by 이신율리 2007. 3. 25.

 

작은 배란다에도 봄은 찾아든다.

어느날 고향처럼 야생화가 그리워지더니

한놈씩 입양해 온 것이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름모를 꽃들은 내가 그냥 이름 지어 불러주고

몸에 맞는 화분과 연녹색 젊은 이끼로 곱게 단장시킨다.

 

오늘은 꽃 피운 개구장이들이 모델이다

햇볕이  유별난 날은 함께 앉아 도란거리는

이것도 또 다르게 사는 맛이다.

 

 

 

키작은 아이들이 살구정원에서 봄을 열심히 피워댄다.

내게 또 다른 알콩달콩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앙징맞은 귀염둥이 '암담초'와 '꼬리풀'

화원에 가서 아줌마께 보라돌이 이름을 물었더니 "꼬리풀"이란다

잉~ 아줌마 저리 이쁜데 꼬리풀? 기양 마구잡이로 이름 댄거 맞죠? 했더니

'먼 소리여어~ 30분을 생각해 낸거구만~"

야생화 이름은 귀엽고 이쁘기도 하지 꽃보다 더

 

 

오늘 입양해 온 구염둥이 '보라 꽃다지'와 '좀양지'

산에 지천으로 피워대는 양지꽃

너무 귀엽다. 이쁜 화분에 고운 이끼로 갈아 입히고 ..

 

  

양재 꽃시장에서 안고 온 철 잊은 국화이다.

가을에 국화꽃 안겨 주지도 않고.. 식식댔더니 겨우 얻는 키작은 이쁜이

그려도 찬바람이 불면서 피는 국화가 제멋인데..

  

  

먼 대구에서 올라온 장수매화

고맙게도 고운꽃이 오래도 간다.

요즘 매화 참 좋다.

 

  

작년 검단산에서 안고 온 꿀풀이 저리 늘씬허게 자라더니

청보랏빛 이쁜꽃이 주루룩 피었다.

어릴적 꿀꽃을 따서 쪽쪽 빨아 먹던 시절이 그립네

   

 

사계절을 피운대는 '사계국화'

저녁엔 살풋 오무라졌다가 아침이면 끊임없이 고운 모습이 한결같다.

큰 화분에 무더기로 심었는데.. 사계절 얼마나 열심히 피워줄련지..

 

  

작년에도 실패했던 '아기별꽃'

미나리처럼 웃자라다가 꼴까닥 허구 자빠지는 버릇이 심한 아이

다시 한번 시도..  분이 넘 작아서 옆으로 쭈욱 쭈욱 뻗을려면 (걱정도 팔자.. 죽이지마 말으셔~)

 

 

이십년쯤 같이 있었던 맹꽁이 부부

오랜만에 제 구실을 하는 것 같은..

곁에 몽돌도.. 꼭 알 같으네   ㅋ

 

  

꽃이 참 단정히도 생겼다 '단정화'

끊임없이 피운대는데 내게도 그런 행운이 따라 줄려나??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패랭이꽃을 좋아했었다.

아마 살구꽃이 아니었음 패랭이꽃이었을게다.

야생화 전시장에서 담뿍 안고 온 아기 패랭이 잘 자라고 있다.

  

  

꽃 테두리가 붉은빛인 줄 알고 안고온 녀석인데 피고 보니 하얀빛 '천상초'이다.

습기에 약해서 작년에도 물러서 실패했었는데

이번엔 흙도 마사토와 녹소토로 갈아서 괜찮으려나 했는데..

오늘보니 3포기중 한포기가 무를려고 해서 수술에 들어갔다

쏙 뽑아서 뿌리에 붙었던 흙을 깨끗이 씻고 꽃은 몽땅 삭발 시켰음

이제 사는 건 네 몫이다.

  

  

종이처럼 바스락 소리가 나는 '종이꽃'

도통 질 줄을 모르는 고마운 꽃이다.

 

 

  

남쪽 매화마을에 갔다가 길가에 할머니한테서 안고온 '금낭화'

어릴적 꼭 귀걸이처럼 달랑거리는 이 꽃을 신기하고 이뻐라 했었지

이렇게 분홍빛으로 달랑거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끼용담'

피고 지느라 봄이 얼만큼 오는 줄 알려나 참 부지런한 아기

  

  

연한 분홍빛이 좋아서..

늘어지는 모습도 좋아서..

'갯모밀' 어릴적 냇가 근처에서 만난 것 같기도 하고 .. 아는체를 안하니 알수가 있나

 

 

  

                                                              

사랑하는 님에게서 장미 한아름 선물 받았네

큰 함지박에 담뿍 심었다.

장미향이 집안 가득 기분 좋다.

 

이렇게 다른 모양으로 봄은 내게 생명처럼 아름답다.

작은 모습으로 큰 행복을 안고 사는 이것도 사람 사는 맛인게 분명하지요?

 

 

 

2007.    3.     27.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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